하니메일
최근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 경고가 정부쪽에서 쏟아졌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무담당자는 물론, 장관 부총리에다가 대통령까지 나서 “집값 떨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집값 잡으려고 이제는 국민을 ‘협박’한다”고 비난하면서 버블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시기에, 정부쪽에서 ‘버블 붕괴’ 발언이 쏟아졌을까요? 일부에서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바람몰이를 한다거나, 심지어 범정부 차원에서 모종의 치밀한 계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속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은 지난해와 올해 ‘집값 안정’ 대책 마련에 골몰해 왔습니다. ‘8·31부동산대책’, ‘3·30후속대책’이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지요. 이런 대책이 최근 들어 시장에 먹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니 “집값 떨어진다. 버블꺼진다”고 말하게 되고 언론에서 진짜냐고 물으니까 정부 관계자 약속이나 한것처럼 ‘사실’이라고 답한 것이지요.
사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믿고 있는, 또는 믿고 싶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집값이 내린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요. 일부 언론들은 지금도 “세금으로는 집값 못잡는다”고 8·31조처의 세제강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집값 안정을 바라는 국민 여망은 너무나 큽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강남불패신화’를 꺾은 정권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부동산 투기세력의 저항은 거셉니다. 부동산으로 돈만 벌고 세금은 거의 내지 않았던 집부자들은 연말에 종부세를 내야합니다. 내년엔 종부세가 올해보다 더 올라가고 양도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여파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중이지요.
일부 언론이 세금폭탄, 국민 협박하는데 ‘폭탄’ 대상은 얼마나 될까요. 올해 공시가격 6억원 이상 고가주택(종부세 대상)은 아파트 기준으로 전체의 1.6%에 그칩니다. 98.4%의 국민은 종부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수도권이 99.7%여서 지방은 대상 주택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수도권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분당을 빼면 다른 지역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이 소수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일부 언론은 지금도 야단법석입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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