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 “부동산정책 후퇴는 여당 사망선고”

“선거 참패 원인은 부동산정책의 미흡과 불철저 탓”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부동산·세금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지목하며 당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를 다뤄온 시민단체가 열린우리당의 부동산 정책 후퇴에 대해 강한 경고를 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부동산 정책의 후퇴는 열린우리당의 사망선고가 될 것”이라는 성명을 내어, 선거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정책과 세금정책의 재검토 움직임을 비판했다.

토지정의는 열린우리당의 종부세 인하, 거래세ㆍ양도세 인하, 공급대책 재검토 추진에 대해 “이는 열린우리당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정책을 스스로 후퇴시키겠다고 한 것이니 이 얼마나 웃지 못할 광경인가”라고 되물으며 정책 선회로 인해 다시 부동산가격이 오르고 서민생활이 피폐화되면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성명 내용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부동산 정책의 후퇴는 열린우리당의 사망선고가 될 것이다.
- 여당의 부동산 정책 후퇴 움직임에 대한 <토지정의> 성명서 -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당은 지난 5.31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을 지목했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당이 그 해석을 전혀 엉뚱하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당의 해석은 부동산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국민들에게 부과했기 때문에 선거에 대패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해석은 이와 전혀 다르다. 선거참패의 진정한 원인은 그동안 정부 여당이 내놓은 수많은 부동산정책이 미흡하고 불철저했기 때문이다. 만일 철저한 부동산정책이었다면, 불로소득에 대한 적절한 세금부과로 인해 국가 세수가 증가하고, 그만큼 서민들이 피땀 흘려 일한 대가에 대한 근로소득 등의 세금을 과감하게 낮추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헌정사상 유래 없는 여당의 대패’라는 충격 때문일까? 어찌 같은 현상을 두고 대다수의 국민들과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지 <토지정의>는 어이없을 따름이다.

열린우리당은 현상에 대한 이러한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 아래, 지금까지 추진한 부동산 정책,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의 수준을 인하할 뜻을 내비쳤다. 이것은 좋은 말로 해서 국민의 세금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이지, 정확히 표현하면 “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낮추겠다는 것”, 다시 말해 “토지불로소득이 더 많이 발생하게 하여 소강상태로 접어든 부동산 투기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불로소득 환수비율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생산/근로에 부과되는 세금을 감면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장해왔던 <토지정의>는,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면서 경고하고자 한다.

1. 여당이여, 미흡하고 불철저한 부동산 정책이 선거참패 원인임을 알라!

우리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하듯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은 온 국민의 염원인 투기는 막고 경제는 활성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그토록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면서 만들었던 「8ㆍ31 부동산대책」을 살펴보자. 물론 이 정책이 그 이전 정책, 그리고 이전 정권의 정책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나,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며 많은 문제점 또한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중 이 대책의 가장 실망스런 부분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토지보유세 1% 이상의 달성”이라는 목표를 스스로 저버리고 그 절반 정도인 0.61%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여당 스스! 로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애지중지한 「8ㆍ31부동산대책」도 사실 여러 면에서 따지고 보면 미흡하고 불철저하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토지보유세 1% 이상”이라는 목표치와 일정표를 제시하고,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를 보완ㆍ강화하여 입법화했다면 이번 선거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선거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있는 부동산 문제가 점차적으로 해결되는데, 국민적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뿐 아니라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단지 ‘부동산’에만 머물지 않고,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름 세금을 그만큼 감면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면, 국민의 염원인 투기는 막으면서 경제는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것은 다시 다른 부문의 개혁에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정답과 개혁의 로드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요컨대, 선거패배의 원인은 그동안의 부동산대책이 지나치게 강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국민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부동산대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고, 그 태도가 부동산정책의 입법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여당이,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받았던 2003년 「10ㆍ29부동산대책」의 입법화 과정에서 크게 반발했고, 그 결과 원안보다 대폭 후퇴된 법률이 통과되었으며, 그것이 2005년 초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학습효과’로 작용하여, 그 후에 내놓은 수많은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켜왔다.

그러나 사실 이때의 열린우리당은 의지만 있었다면 부동산 관련 개혁 법안을 입법화할 수 있는 확실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여당은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면에서 미흡하고 불철저한「8ㆍ31 부동산대책」을 마련하였고,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이것만이라도 입법화시켜야 한다’는 대다수의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지원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열린우리당의 부동산 정책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추진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항상 모호하고 의지가 결여된 모습으로 일관하였다. 민생과 국민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을 말이다. 그러고도 열린우리당은 민생을 걱정하는 개혁정당임을 자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선거대패의 원인이 자명하지 않은가.

3. 부동산 정책의 후퇴는 여당의 사망신고가 될 것임을 명심하라.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종부세 인하, 거래세ㆍ양도세 인하, 그리고 공급대책을 재검토 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스스로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정책을 스스로 후퇴시키겠다고 한 것이니 이 얼마나 웃지 못 할 광경인가. 다른 것과는 달리 부동산시장은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이런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약간 소강상태로 접어든 투기 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이 그토록 염려한다고 했던 민생, 즉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양극화는 심화될까, 아니면 진정될까. 더 나아가서 열린우리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국민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빠지고, 양극화 혹은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며,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부디 여당은 선거패배의 원인을 진지하게 숙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현재 여당의 ‘역사적 소임’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연대단체(18개): 균형사회를 여는 모임, 민들레공동체, 민주언론시민연합, 보은예수마을, 복음적 사회선교를 위한 새벽이슬, 생명평화연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 수수팥떡ASAMO(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들의 모임), 예수원, 작은손길, 전국철거민협의회, 주거권 자유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코람데오선교회, 하남YMCA,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헨리조지 연구회, 희망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