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8천만원은 직접내야…차익 노린 재건축 사실상 어려워져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 13평형 아파트를 32평형으로 재건축하려면 조합원 1인당 4억468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부담금은 재건축 공사비와 지난 1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반시설 부담금, 오는 9월25일 시행 예정인 재건축 부담금,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용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을 규제하고 있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차익을 노린 재건축 아파트 추진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8주 동안 서울 강남쪽(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이 평균 3% 떨어진 것도 이런 영향 탓으로 해석된다.
19일 개포동 주공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2012년 완공을 가정해 조합원 부담액을 추산한 것을 보면, 13평형 소유자가 32평형에 입주하려면 직접 3억8천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가구수는 현재와 같고, 80%인 용적률이 재건축에 따라 200%로 높아지는 것을 전제로 셈했다. 입주 시점의 집값은 인근인 도곡동 렉슬의 현재 시세에 연간 상승률 3%를 적용해 13억원이 되는 것으로 했다. 현재 개포주공 4단지 13평형 호가는 6억6천만~6억8천만원이다. 따라서 현재 가격에 재건축으로 부담하는 4억4680만원을 합하면 11억~11억3천만원이 집값인 셈이다.
계산 결과, 가장 많은 비용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인 재건축 부담금으로 가구당 2억455만원이다. 재건축 공사비(금융비용 포함해 1억6천만원), 기반시설 부담금(1330만원) 등 3억8천만원은 조합원이 직접 내야 한다. 여기에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짓는 데 드는 비용(공사비 777만원)과 무상으로 제공하는 땅(2.04평)을 돈으로 환산하면 6897만원이다.
개포 주공4단지 재건축추진위는 “재건축하려면 3억8천만원의 돈을 직접 내야 하는 상황에서 재건축에 동의할 조합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행 제도 아래서는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현재 주변 32평형의 시세가 13억원 안팎인데 금융비용, 물가상승분 등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며 “규제가 언젠가는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일부터 학교 터를 확보한 수도권 재개발구역은 전체 가구수의 8.5%만 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또 5층 이하로 층수가 제한된 재개발구역은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 현재 200가구 이상을 짓는 재개발구역에서는 전체 가구수의 17%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반드시 지어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뼈대로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 규모별 건설비율’을 개정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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