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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월셋값’ 물량 늘자 거품 걷힌다

등록 2006-09-20 19:34수정 2006-09-20 22:22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월셋값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아파트 전·월세 매물 게시판 앞을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월셋값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아파트 전·월세 매물 게시판 앞을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집주인 ‘전세→월세’ 전환 5년새 43% 증가
세입자는 5년새 ‘1천만원당 31만원꼴’ 덜내
정금순(65)씨는 4년 전 서울 신월동에 6가구짜리 다세대 빌라를 지어 한 곳엔 자신이 살고 나머지 5가구를 7천만원씩에 전세를 줬다. 3억5천만원의 전셋값에서 부족한 건축비 등을 메우고 남은 돈은 2억3천만원. 정씨는 “처음 2년 동안 전셋돈을 굴려봤지만, 수입이 시원찮아서 지금은 전부 월세로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에게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이 모두 같은 돈을 내는 것은 아니다. 늦게 입주한 사람일수록 월세가 줄었다. 2년 전에 입주한 가구는 전세 1천만원당 월 8만원을 냈지만, 최근 계약한 가구는 1천만원당 6만5천원이다. 정씨는 “주변에 월세 놓는 집들이 많고, 그렇다고 집을 비워둘 수도 없어 낮췄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소한 전셋값의 20~30%는 월세로 받고 싶어 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월세 인하 경쟁이 한창이다. 이서창(33)씨는 지난달 분당의 전세 1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증금 2천만원에 월 65만원의 조건에 내놓았다가, 월세를 60만원으로 낮춘 뒤에야 임대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씨는 “중개업소에서 요즘엔 가격을 더 낮추라고 한다”며 “같은 단지에 월세를 더 내려 나온 집도 있다”고 전했다.

월셋값에 낀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시장금리 연 4% 시대에도 연 10%를 웃돌았던 월셋값이 ‘구조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신대방동 삼성부동산 강현덕 사장은 “예전엔 1부(1천만원당 월 10만원) 월세가 많았지만 지금은 0.8부(월 8만원)가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계약 단계에서 더 깎아주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통계치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월세 이율을 보면, 지난 7월 전국 평균 월세 이율이 1% 이하로 떨어져 0.99%를 기록했다. 월세 이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로, 월세 이율이 1%면 전셋값 1천만원 대신 월 10만원을 내는 꼴이다.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01년 8월과 비교하면 0.31%포인트나 떨어졌다. 세입자들로서는 1천만원당 평균 31만원의 월세를 덜 내는 셈이다.

월셋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월세는 직전 조사 때인 2000년보다 42.5%(89만9천가구) 늘어난 반면, 전세는 12%(48만3천가구)나 줄었다. 국내 부동산 임대시장이 선진국처럼 월세 중심으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증거로도 풀이한다. 물론 집없는 사람 처지에서는 다달이 내는 월세를 전세보다 훨씬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장무 교수는 “최근 일부 지역처럼 전세물량이 달리면서 전셋값이 오르면 월세도 따라 오르는 게 정상인데, 반대로 월세 이율이 떨어지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그만큼 안정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 느끼는 변화속도는 더 빠르다. 서울 대치동 토마토부동산 김성일 사장은 “부동산투자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서, 월세를 받는 수익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소형 평형은 전세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을 적정한 월세로 볼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앞으론 월세가 시장금리에 더 가깝게 이동할 것”이라며 “아파트의 경우 연 8%(1천만원당 월 6만7천원) 정도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장기적으로 월세가 시장금리보다 연 1~2% 정도 높으면 적당하다”며 “이 정도면 세입자나 집주인 모두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량 공급하게 될 국민임대 아파트의 월셋값도 변수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국민임대의 월세는 시장금리 수준으로 맞추려고 한다”고 말해, 국민임대와 민간 월셋집 간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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