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주택대출 그만
국민은행 “투기억제 효험 ”
무주택자 서민 대출엔 ‘장기저리’ 보완책 필요
국민은행 “투기억제 효험 ”
무주택자 서민 대출엔 ‘장기저리’ 보완책 필요
현재 주택 담보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은행에 매매계약서 등 아파트 소유권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와 신분증만 내면 된다. 은행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원리금은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묻지마’식 대출 관행이 주택 투기 수요를 부추기면서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이 되었다. 또 만약 금리가 급등하거나 집값이 급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질 경우 소득이 따라주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환 능력을 잃고 금융회사들도 부실 늪에 빠져들게 된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에서도 1929년 대공황 전에 이런 대출 관행을 유지하다 큰 문제가 발생하자, 주택 담보대출을 상환 능력을 중시하는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론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4월부터 투기지역의 담보가액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40%의 총부채 상환비율(DTI)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총부채 상환비율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로, 소득 수준에 맞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달수 국민은행 부행장은 “이 제도는 투기 수요를 잡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총부채 상환비율을 모든 지역의 아파트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비율은 미국이 36%, 캐나다와 홍콩은 각각 40%와 50% 수준인데, 모든 아파트에 적용된다. 박창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총부채 상환비율을 모든 아파트에 적용하되, 규제 강도는 투기지역과 비투기지역을 차별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부채 상환비율을 모든 지역 아파트에 적용할 경우 고소득층만 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저소득층인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자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처럼 정부가 부동산 투기의 싹을 자르지 못해 투기 기회가 계속 생기는 상황에서는, 대출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에게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 지원을 확대해 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제2 금융권의 담보인정 비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는 40%(투기지역)와 60%(비투기지역)로 제한돼 있지만, 저축은행은 70~80%까지 담보로 잡아 준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2 금융권은 은행보다 건전성 면에서도 떨어지는 만큼 규제를 최소한 은행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변동금리 위주로 돼 있는 대출 구조를 장기 고정금리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처럼 3년 이하의 단기 변동금리로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의 대출 행태는 가계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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