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화환 쓸쓸히… 휴일인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열린우리당 중앙당사 복도 한켠에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창당 3주년(11일) 축하화환이 쓸쓸하게 놓여 있다. 지난 10일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 기념식은 문닫기 직전인 최근 상황을 반영하듯 우울하게 진행됐다. 연합뉴스
“추병직 장관·이백만 홍보수석 해임하라”
당 지도부 “조기교체 필요”…청와대 “인책고려 안해”
당 지도부 “조기교체 필요”…청와대 “인책고려 안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쪽은 “다음번 개각에서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여당 지도부에선 ‘조기 교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홍보기획위원장은 12일 “정부 정책을 믿고 내집 마련을 늦췄던 국민들은 최근 폭등하는 집값을 보면서 엄청난 절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엄중한 심정으로 추병직 장관을 해임할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내년도 건설교통부 예산 15조8천억원 가운데 1.3%인 2천억원만이 주택 부문 예산이다. 국도와 철도를 건설하는 것과 집값 안정,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가”고 반문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검단 새도시 문제 때문에 추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며 “지금 분위기로는 여당에서도 추 장관을 감싸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지금 집을 사면 낭패를 볼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렸던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도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의 부동산 사태로 (국민들은) 공황에 가까운 심정 또는 민란 직전의 상황이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과 이백만 홍보수석,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 3인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에선 연말 또는 연초로 예상되는 노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개각에 맞춰 추 장관을 교체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선 조기 교체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선 분위기 쇄신을 위한 추 장관 단독 교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분위기는 13일에 있을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정부 질문자로 나설 송영길 의원과 오영식 의원 등은 한명숙 총리에게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추 장관 문책을 간접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오영식 의원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정부 정책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며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검단 새도시 파문과 관련해 총리에게 ‘책임을 지거나, 물을 용의가 없느냐’는 점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추병직 장관 인책론에 대해 “이미 새도시 개발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 사퇴 사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만큼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의 ‘지금 집 사면 낭패’ 글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분양값을 인하하고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곧 내놓을 예정인 만큼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믿어달라는 취지였다. 인책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희 김태규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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