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가 열린 25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참가자들이 후분양제 시행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4시 광화문 네거리에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
이 작은 집회엔 몇가지 독특한 점이 있었다. 우선 주최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 아파트값 거품내리기 모임(아내모)이 이번 집회를 주도했다. 경실련으로선 1993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 야외 대중집회였다. 13년의 역사 동안 이들의 ‘야외 활동’은 오직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뿐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오랜 전통’을 깼다. 전철협이 아파트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도 특이했다. 아파트값 상승의 피해자로 대부분 ‘변두리 중산층’이 묘사되면서, 집 없는 빈민들은 피해자 축에 끼지도 못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경실련과 전철협이 손을 잡았다는 것도 독특했다. 두 단체는 1990년대 초까지는 공동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번 행사는 경실련이 전철협에 먼저 연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종학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아파트값 폭등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그 심각성을 잘 몰라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해 보였지만 이날 행사는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와 빈민운동의 간판인 단체가 함께 했다는 점에서 미묘한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아파트값 폭등이 단지 집 없는 중산층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거주공간이 없는 자와 있는 자를 가르는 훨씬 더 광범위한 문제라는 의미인 듯했다. 그래서 한 집회 참가자가 남긴 메모는 여운을 남겼다.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잡지 못하면 국민의 분노도 폭발한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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