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순응파’
순응파 “불만스럽지만 일단 내고보자”
관망파 “정권 바뀌면 정책도 바뀔텐데…”
청산파 “갖고 있어봐야 세부담만 늘어”
관망파 “정권 바뀌면 정책도 바뀔텐데…”
청산파 “갖고 있어봐야 세부담만 늘어”
‘이 참에 아파트를 팔아?’ ‘세금 안 내고 버텨 볼까?’ ‘어차피 세제가 바뀌지 않을까?’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시작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세금 폭탄’이니 ‘조세 저항’이니 하는 거친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종부세 대상자인 부유층들은 좀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29일 서울 강남지역의 은행 자산관리담당자(프라이빗뱅커)들을 통해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나중에 돌려받더라도 세금은 내야”=불만스럽더라도 순응하자는 쪽이다. 자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ㄱ은행의 김아무개 팀장은 “자산가들 중엔 세무조사를 받아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세금은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내고 나중에 위헌결정이 나면 그때 돌려받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15일까지 납부기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지 안내문이 안 오면 적극적으로 세무서에 문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ㅇ은행 박아무개 팀장도 “이미 예견된 것인데다 자산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별로 여유가 없으면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를 달리는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에 사는 양아무개(40)씨 역시 “강남의 다른 지역은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곳은 불만은 있어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세금은 내릴 것”=ㅅ은행 서아무개 지점장은 “두달 전까지만 해도 매도하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하니까 내놓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고객들은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세금정책도 함께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ㅇ은행의 박 팀장도 “고객들은 종부세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양도세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부세 때문에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늘어 못 판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정책적으로 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종부세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1가구1주택자 중엔 세금을 안 낼 다짐도 한다. 강남 대치동의 ㅅ아파트에 살고 있는 윤아무개(52)씨는 “대치동이나 분당은 급여소득자들이 아파트 한채 구입해 오랫동안 살다보니 가격이 오른 곳인데 종부세가 너무 과하다”며 “교육이나 교통문제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으므로 세금을 안 낼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조금이라도 아파트 등기 일자를 미루는 등 적극적으로 절세 노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서 지점장은 “2007년 3월 입주 예정인 서울 건국대 지하철역 근처 40평형대 아파트 주민들은 내년 6월1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면 내년 종부세를 피할 수 있지 않으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팔고 싶지만 거래가 뚝”=노인층에선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가지고 있어 봐야 복잡하고 세금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팔려고 내놔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이아무개(64)씨는 정부가 보유세 강화 정책을 발표한 1년6개월 전부터 빌라를 내놨지만 지금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ㄱ은행 김 팀장은 “나이든 사람들은 부동산을 팔아 편안하게 쓰다가 가겠다고 생각하지만 사는 쪽에서 세금문제 등으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비센터의 한 팀장은 “종부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제 자체를 흔들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몇십만원에서 많아야 몇백만원인 종부세 부담이 집없는 설움에 비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유신재 기자 miso@hani.co.kr
종부세 ‘관망파’
종부세 ‘청산파’
피비센터의 한 팀장은 “종부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제 자체를 흔들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몇십만원에서 많아야 몇백만원인 종부세 부담이 집없는 설움에 비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유신재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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