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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PB 눈을 통해 본 강남 부자들의 ‘종부세’ 속내

등록 2006-11-30 07:56수정 2006-11-30 10:51

종부세 ‘순응파’
종부세 ‘순응파’
순응파 “불만스럽지만 일단 내고보자”
관망파 “정권 바뀌면 정책도 바뀔텐데…”
청산파 “갖고 있어봐야 세부담만 늘어”
‘이 참에 아파트를 팔아?’ ‘세금 안 내고 버텨 볼까?’ ‘어차피 세제가 바뀌지 않을까?’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시작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세금 폭탄’이니 ‘조세 저항’이니 하는 거친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종부세 대상자인 부유층들은 좀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29일 서울 강남지역의 은행 자산관리담당자(프라이빗뱅커)들을 통해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나중에 돌려받더라도 세금은 내야”=불만스럽더라도 순응하자는 쪽이다. 자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ㄱ은행의 김아무개 팀장은 “자산가들 중엔 세무조사를 받아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세금은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내고 나중에 위헌결정이 나면 그때 돌려받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15일까지 납부기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지 안내문이 안 오면 적극적으로 세무서에 문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ㅇ은행 박아무개 팀장도 “이미 예견된 것인데다 자산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별로 여유가 없으면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를 달리는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에 사는 양아무개(40)씨 역시 “강남의 다른 지역은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곳은 불만은 있어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종부세 ‘관망파’
종부세 ‘관망파’
“결국 세금은 내릴 것”=ㅅ은행 서아무개 지점장은 “두달 전까지만 해도 매도하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하니까 내놓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고객들은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세금정책도 함께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ㅇ은행의 박 팀장도 “고객들은 종부세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양도세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부세 때문에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늘어 못 판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정책적으로 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종부세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1가구1주택자 중엔 세금을 안 낼 다짐도 한다. 강남 대치동의 ㅅ아파트에 살고 있는 윤아무개(52)씨는 “대치동이나 분당은 급여소득자들이 아파트 한채 구입해 오랫동안 살다보니 가격이 오른 곳인데 종부세가 너무 과하다”며 “교육이나 교통문제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으므로 세금을 안 낼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조금이라도 아파트 등기 일자를 미루는 등 적극적으로 절세 노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서 지점장은 “2007년 3월 입주 예정인 서울 건국대 지하철역 근처 40평형대 아파트 주민들은 내년 6월1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면 내년 종부세를 피할 수 있지 않으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종부세 ‘청산파’
종부세 ‘청산파’
“팔고 싶지만 거래가 뚝”=노인층에선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가지고 있어 봐야 복잡하고 세금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팔려고 내놔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이아무개(64)씨는 정부가 보유세 강화 정책을 발표한 1년6개월 전부터 빌라를 내놨지만 지금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ㄱ은행 김 팀장은 “나이든 사람들은 부동산을 팔아 편안하게 쓰다가 가겠다고 생각하지만 사는 쪽에서 세금문제 등으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비센터의 한 팀장은 “종부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제 자체를 흔들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몇십만원에서 많아야 몇백만원인 종부세 부담이 집없는 설움에 비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유신재 기자 miso@hani.co.kr

“정권말인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을 것…버티자는 생각들”

△ㅇ은행 피비팀장

현재까지는 대부분 고객들이 종부세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관망하는 것 같다. 내년에 변수가 워낙 많으니까. 제일 문제되는 분들이 현금유동성이 없으신 분들로, 부동산만 많은 분들인데, 이런 분들은 좀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어차피 이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었고 예견되어왔던 것이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 자산이 100억대 되는 분들은 동요없고, 아마 별로 여유 없으면서 강남에 계신 분들은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 아니겠나.

변수는 대선도 맞물려 있고, 대선 전에 경기부양 등 감안해 정책이 완화될 수도 있잖아. 특히 지금 레임덕이 너무 공공연하니까... 관망하다가 손해볼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온다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한다. 종부세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양도세가 다운될 수도 있는 것이고, 지금보다 오히려 더 강화되기는 시장논리상 어렵지 않겠느냐.

정말 돈 많은 분들은 집 안 팔고 부담되더라도 갖고 가려고 한다. 보유세 높아서 팔고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못판다는 얘기 자꾸 나오다보면 정책적으로 다른 대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 아파트 짓는 것도 짓는 거지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 팔아야 공급이 늘 것 아니냐. 여유있는 분들은 그렇게 지켜보자는 거야. 정권 초기라면 더 긴장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정권 말기니까.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는거지.

“부자들은 세금 안내 세무조사 받은 경험 있어, 안내고 버틸 생각 드물어”

△ㄱ은행 피비 팀장

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은 종부세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한다. 어차피 안내고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나중에 만약 행정소송 간다고 하면 그때 돌려받더라도 이미 통과된 법이기 때문에 일단은 내고 차후에 지켜보겠다고 말씀한다.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15일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고지 안내문 안 온 분들은 세무서에 문의도 하고 그런다. 못내겠다는 분들은 거의 없다. 차후에 완화되는지 지켜보겠다는 거지. 옛날에 스왑 예금 있었지 않나? 이게 세금 문제가 있었다. 그때도 사실 안낸 사람들은 세무조사도 받고 그랬다. 그런 것 때문에도 세금은 내고 지켜보는 게 낫다고 말한다.

부동산 처분하겠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지금 매매가 되어야 처분하지.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기다리고 있고. 내년이나 후년까지 지켜보겠다는 분들이 많다. 내년에 팔면 세금 가중되지만 어차피 추세가 부동산값 계속 오르는 상태에서 양도세 많이 내라고 하면 내야겠다는 거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안 팔린다니까 수가 없다. 내놓긴 했는데 안팔리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강남의 한 아파트를 8억에 분양 받아서 10월에 9억에 매도한 사람이 있다. 그 분도 내놓은 지 1년8개월 만에 팔았다. 양도세 중과 등 얘기 나올 때부터 팔기로 마음먹었다. 계산해봤더니 내년에 팔면 양도세를 2500만원을 더 내야 되더라고. 올해 2300인데 내년 4800이 돼. 그 분은 어차피 집값이 내년에 폭등하지 않는 한 세금 내고 파는 게 낫겠다 한 거지. 양도차액 1억이 발생했고, 분양받은 지 3년 넘은 데다 주택 하나 더 있어 내년 1가구 2주택이니.

60대의 이아무개씨는 1년6개월 전부터 대형 빌라 3채를 팔려고 11억에(1채당) 내놨는데 여태 못팔고 있다. 직접 지어서 가지고 있는 빌라인데 정부가 세금 신호 보내자마자 팔려고 내놓았다. 연세많은 분들은 부동산 팔아야겠다는 마음 가지고 있다. 어차피 부동산 가지고 있어봐야 복잡하기만 하고 세금도 내야 하고 그러니까. 자녀들도 이미 주택 하나씩 다 있으니까 주택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40~50대 초반 젊은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투자해야겠다는 마음 있겠지만 연세드신 분들은 대부분 심플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부동산은 복잡하고 어차피 증여도 힘들고, 자식들도 주택 다 있고, 그러니까 팔아서 편안하게 쓰다가 가겠다고 생각하시더라고. 생각이 많이들 변했다.셨어. 이 분은 빨리 팔아야 하는데 큰 일이야. 투자자들이 빌라를 선호하지 않아. 종부세 내야 하니까 스트레스 받고 있다. 올해는 아마 1채당 110만원 정도 될 것 같아. 총 보유세가 재산세 합해서 380만원 정도 될 것 같아.

-상담하면서 답답한 것은 정책이 너무 자주 왔다갔다 하는 점이다. 피곤하지. 외워지지도 않고.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딱부러진 답을 줄 수가 없다. 예컨대 지금 부동산 사야하는지, 아니면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지.

“6억 넘어봐야 몇십만원 세금인데…집없는 서러움에 비교못해”

△서울 강북지역의 한 은행 간부

=건국대학교 역 근처 야구장 부지에 2003년도에 더삽이라고 40평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인데 상당히 비싸다. 분양시 100대 1 넘었다. 분양되고 가격도 올랐고, 종부세 해당하는 사람 꽤 있다. 내년 6월 1일 기준으로 종부세 부과되는데 잔금을 내년 6월 1일 이후에 내면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관련한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내년에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은, 잔금을 늦게 내려고 한다.

종부세 대상자들 매도 여부도 문의하는 데 막상 팔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두 달전까지는 매도하겠다는 사람 있었는데 아파트 값 급등하니까 내놓은 사람 전혀 없다. 종부세 이상으로 아파트값이 10배 이상 급등하고, 최근에 집권여당 흔들리는 모습 보이니까 당연히 세금정책 바뀔거라 생각해서 그렇다.

세금정책 바뀔까 해서 버티고 있는 사람 많다. 정권 바뀌면 세금정책 바뀔거라고 당연히 생각한다. 여당 한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종부세 기준 6억에서 9억으로 올려야 한다, 정책변경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들었는데 집권여당도 그렇고 한나라당도 그렇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당연히 바뀐다고 생각한다.

피비센터 고객은 돈도 있고 사회적 명망도 있고 해서 1가구 2주택자도 거의 없었는데 여기 와보니 1가구 2, 3주택자들이 많다. 투기세력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동네아줌마들이다. 매매차익, 전매차익 노리고 강남에서 온사람들 수도권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이다.

종부세 문제점 있는건 사실지만 종부세 자체를 뒤흔들려고 해서는 안된다. 양도세도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갑자기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유예기간 뒀던건데 세율 내리라고 하는건데 답답하다. 여긴 강북인데 평당 3000에 육박하고 강남에 떨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부분 있지만, 공급을 해야되는데 공급 많이 하겠다고 하면 언론에서 가만 안있었다. 경제 악영향 미칠 것이다. 연쇄도산 얘기하고 그런다. 종부세도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는 것은 당연하고 오랫동안 보유하다가 은퇴한 사람들, 미실현 이득에 과세하는 것 등에 대해 개선책은 있어야 하지만 종부세가 잘못인 양 하는 건 문제다. 1가구 1주택 이하는 6억넘는 부분은 초과부분을 비례해서 종부세 부과한다. 오랫동안 살았으면 장기보유라고 양도세 깎아준다. 다음 아고라에서 3억 사서 9억인가 되는데 양도세만 2억을 낸다고 하는데 잘못된거다 양도세 2-3천만원밖에 안 나온다. 일가구 이주택자들 문제 있는 거다. 종부세 기준은 6억인데 실제 가격은 훨씬 넘는다. 6억 넘는다고 해서 몇십만원 나오는건데, 집없는 설움에 비유하겠느냐.

<한겨레>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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