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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집값 미쳤는데 “물가는 안정”이라고요?

등록 2006-12-03 19:43

2006년 소비자물가와 집값 상승률 비교
2006년 소비자물가와 집값 상승률 비교
‘집은 자본재’ 지수계산 때 빠져 두달째 물가 내려
통화정책에 악영향…미·일에선 ‘자가 주거비’ 반영
공기업 직원인 류상헌씨(31)는 지난 10월 중순 ‘울며 겨자먹기’로 3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다. 1억2천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집 주인이 2천만원을 올려달라고 한데다, 연일 ‘집값이 오른다’는 얘기를 듣자니 ‘막차’라도 타지 않으면 내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류씨는 “추석 전후로 하루새 천만원씩 올랐는데, 며칠만 더 빨리 계약했어도 큰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류씨는 물가가 안정돼 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할 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한다. 기초 생계비인 집값이 폭등하는데, ‘물가 안정’이 말이 되는 얘기냐는 것이다.

이처럼 지표물가와 체감물가가 따로 노는 것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에 전·월세값 변동만 포함될 뿐 집값 변동이 반영되지 않는 탓이 크다. 따라서 요즘 같은 집값 급등기에는 지표와 체감의 괴리가 더 커진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1월 소비자물가가 10월보다 0.6% 내렸다. 10월에 이어 두달 연속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이다. 또 올 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는 1.6% 오른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은행 집계를 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값은 5.9% 올랐고 특히 아파트 매매값은 상승률이 6.7%에 이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4배 이상 되는 것이다.

통계청은 다른 나라들도 소비자물가에 집값 변동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한성희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소비자물가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소비재를 대상으로 하는데, 집은 자본재 또는 투자재의 성격도 있다”며 “지수 산정을 위한 기술적 어려움도 있어 세계적으로 집값은 물가지수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주요 국가들은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물가 통계를 낼 때 ‘자가 주거비’를 반영하고 있다. 자가 주거비는 거주를 목적으로 자신의 주택을 직접 사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인 실제 지급비용(관리비와 세금)과 자가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에 자가 주거비를 반영하지 않고, 보조 지수로만 집계하고 있다. 게다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주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임차료 상당액 접근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값 변동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이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물가 통계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동안 금리정책을 결정하면서 집값 급등이 반영되지 않은 소비자물가 등을 기준으로 한 탓에 부동산 시장 불안과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열린 금통위에서도 한 위원이 “자가 주거비가 포함된 소비자물가를 근거로 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처럼 자가 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지 않는 유로 지역도 주택 가격 폭등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 주거비를 포함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 1월 내놓은 ‘해외 경제정보’를 보면, 유럽연합(EU) 통계청은 자가 주거비의 소비자물가 포함 여부와 산정 방법을 2008년께 결정할 예정인데, 집값 변동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순취득가격 접근법’을 유력하게 고려중이다. 신규 주택 구입가격 변동분을 지수에 반영하는 이 방법은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사용하고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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