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비율 추이
임대료 대비 매맷값 비중도 거품 입증
집값 연착륙 실패땐 금융위기 번질수도
집값 연착륙 실패땐 금융위기 번질수도
부동산 ‘거품’은 꺼지고 나서야 비로소 거품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거품 형성기에는 거품이 끼고 있는지 신경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품은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아파트의 ‘내재가치’(아파트 소유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편익)를 초과해서 형성된 가격을 말한다. 내재가치를 구하려면 소득, 학군, 교통, 이자율 등의 변수들이 아파트값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야 한다. 그런 만큼 거품의 정도를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계가 있지만, 아파트값이 과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소득이나 임대료에 견줘 얼마나 높은지를 보고 거품 여부를 판단한다.
강북·수도권도 거품 단계 들어서=<한겨레>가 주택도시연구원·대신경제연구소·부동산뱅크의 도움을 얻어 분석한 2006년 12월 현재 ‘소득 대비 매매가격 비율’과 ‘임대료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우리나라의 과거 평균은 물론이고 외국의 주요 도시들과 견주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거품 추산 방법은 소득 대비 매매가격 비율이다. 가격이 잠재적 구매자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언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지규현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보통 3~5배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며 “다만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라면 적정 수준이 3~5배보다 더 높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10배를 넘으면 매우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잣대로 보면, 강남뿐만 아니라 비강남 지역도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비강남 지역의 비율은 10.0배로 적정 수준을 상당히 초과한데다, 1988년부터 2005년까지 17년간의 장기 평균(8.3배)보다 20.5% 높다. 특히 이 비율은 올해 1월까지는 7.9배로 평균을 밑돌았으나, 5월(8.4배)에 이를 초과했으며 가격 폭등 현상이 빚어졌던 10월에 9.1배로 급상승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올 1월 6.7배로 장기 평균(8.1배)을 밑돌았으나, 11월에 8.3배로 이를 추월했다.
정부는 현재 강남만 거품이 일부 끼었다고 하지만, 이런 분석을 보면 강북도 이미 거품이 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대료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아파트의 실제 사용에 따른 편익이 임대료에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임대료에 견줘 매매가격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신경제연구소가 국민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서울 지역은 지난 11월 이 비율이 179.8로 1986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의 장기 평균(100)보다 79.8%나 높았다. 한강 이남의 강남 11개구는 장기 평균보다 무려 112.3%나 높았고, 강북 14개구도 장기 평균보다 34.5% 높았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비강남과 수도권 지역도 버블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로 가기 전에 거품 빼야=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은 오를 때보다 내릴 때 부작용이 더 크다고 경고한다. 가계 부실이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져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만성적인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거품을 방치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하루빨리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잡는 게 중요한 만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서 이를 잡아야 한다”며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폭락의 충격은 일정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막는 것”이라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과 시중 유동성 축소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시장은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정부가 분양값 인하 방안 등 종합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는 땅값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그러나 거품을 방치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하루빨리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잡는 게 중요한 만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서 이를 잡아야 한다”며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폭락의 충격은 일정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막는 것”이라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과 시중 유동성 축소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시장은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정부가 분양값 인하 방안 등 종합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는 땅값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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