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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투자가치 ‘솔깃’…생활가치는 ‘비호감’?

등록 2007-06-26 18:58수정 2007-06-26 19:08

초고층 아파트
초고층 아파트
확산되는 초고층 아파트 허와 실
초고층 주거시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2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초고층 바람은 서울을 벗어나 부산, 인천, 경기 화성 동탄, 충남 아산, 구미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상복합뿐만 아니라 일반 아파트도 초고층으로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 주거시설이 주택시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투자 가치와 조망권·일조권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는 있으나, 입주자의 건강 측면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새 가격 껑충…조망·일조권도 각광
자연 환기 곤란…주민 건강 악영향 논란

건축비 비싸=현재 국내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사진)는 최고 46층인데, 지난 2001년 분양 때엔 평당 1500만~2500만원 가량이었으나 현재는 시가가 평당 4천만~5천만원에 이른다. 이렇듯 높은 투자가치는 초고층 건설의 거센 바람을 일으켰으며, 주거공간의 다른 가치를 압도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초고층은 건설사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30층을 넘어서면 건축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한 건설사 홍보팀은 “30층 미만을 100으로 봤을 때 30층 이상은 5%, 40층 이상은 15%, 50층 이상은 30%, 70층 이상은 60~70%, 100층은 100% 이상 건축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무게나 바람, 외부 충격 등에 맞서 건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봉남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투자가치가 좋지만, 공급이 많아지면 가치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건강 영향은 논란중=투자가치는 매력적이지만, 건강에 대한 우려는 큰 단점으로 꼽힌다. 윤방부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층에서는 고소공포, 메슥거림, 소화불량, 혈압 저하, 불안으로 인한 맥박 빨라짐, 산소 부족으로 인한 어지러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 자체가 질병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람이 살다 보면 대부분 적응이 되는 문제들”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소비자주거학과 강순주 교수는 환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고층 건물은 안전 때문에 자연 환기를 하기 어려운데, 이로 인해 각종 오염물질과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토피 등 질병을 겪을 수 있다”며 “자연 환기를 하면 보통 1년 안에 해결되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타워팰리스에 사는 손아무개(35)씨도 “큰 불편은 없지만, 자연 환기를 못해서 느끼는 답답함은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주거 건물
한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주거 건물
현재까지 한국에서 나온 연구들은 초고층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의 건강에 관한 조사연구’라는 논문을 낸 한남대 강인호 교수와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백혜선 선임연구원은 “겨울에 난방으로 인한 건조함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거주층과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다”며 “그밖엔 여러 건강상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은데, 아마도 평균 거주 기간이 짧고 외국과 생활 방식이 달라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풍수지리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전통 풍수의 관점에서 보면, 땅 냄새가 나거나 땅에서 자란 나무가 닿는 높이까지만 땅의 기운이 전해진다”면서도 “초고층에 사는 사람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순주 건국대 교수는 “젊고 활동적인 사람들은 원스톱이 가능한 도심의 초고층 주거가 어울리고, 아이나 노인들은 아무래도 땅과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게 좋다”며 “고품격 주거는 층수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맞는 주거를 선택하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초고층 아파트란?= 1879년 미국 뉴욕에서 8층의 다코타·푸에블로 아파트가 지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고층 아파트라고 불렀다. 1983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지어진 18층 미성아파트는 초고층이었다. 1990년 초반까지 한국에서는 건축법에 따라 16층 이상을 초고층 아파트로 규정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20~30층의 아파트들이 대량으로 지어지면서 초고층의 기준은 20층 이상, 30층 이상으로 계속 높아졌다. 최근엔 보통 35층 이상을 초고층이라고 부른다. 현재 유럽에선 12층 이상, 미국에선 50층 이상을 초고층 주택으로 분류한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도시 살리기냐, 죽이기냐
극단적 공간 가르기…경관·환경 영향도 논란

초고층 주거를 둘러싼 또다른 쟁점은 초고층 건물이 도시 안에 들어서면서 일으키는 경관이나 조망·일조권, 녹지 확보 등 도시 환경상의 문제들이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물이 산이 많은 한국 도시 경관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건축가인 김인철 중앙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도시는 주변에 도시를 제한하는 요소가 별로 없는데, 한국은 산이 도시 경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산이 두드러진 자연 환경에서 고층 건물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스카이라인(하늘선)을 이야기하지만, 한국에선 ‘마운틴라인’(산능선)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대 하재명 건축학부 교수도 “도심이 고층이고 주변이 낮아지는 게 자연스럽고 건강한데, 신시가나 주택가에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도시 기능을 역전시키고 경관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초고층 건물을 지을 때 지역을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초고층건축포럼(초고층포럼)의 김혜정 명지대 교수는 “저층인 지역에 초고층이 들어서면 경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에서는 용산, 상암과 같은 부도심이나 역세권에 들어서는 게 도시 기능이나 미관상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물의 장점도 많다고 말한다. 초고층포럼의 이봉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층 건물은 건폐율이 낮아 토지 이용 효율이 높고 바닥 녹지를 넓게 확보할 수 있으며, 조망권·일조권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은 ‘그들만의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초고층으로 지어 바닥에 빈 공간이 넓지만, 초고층 주상복합의 바닥 녹지는 입주민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초고층 입주민의 조망·일조권이 좋아지면 주변 주민들의 조망·일조권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고속 엘리베이터와 인공 냉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 증가, 교통 혼잡 등 환경에도 악영향을 주며, 근본적으로 도시 공간을 빈부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라놓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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