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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주거용 한옥이 우리곁에 돌아오고 있다

등록 2007-07-10 19:28수정 2007-07-11 08:24

1960년대 말 신축이 중단된 주거용 한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900여채의 한옥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 한옥마을인 북촌의 전경과 골목길.  사진 서울시 제공.
1960년대 말 신축이 중단된 주거용 한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900여채의 한옥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 한옥마을인 북촌의 전경과 골목길. 사진 서울시 제공.
전남, 신축·개보수 때 보조금 주고 저금리 융자
서울도 확대 검토…행정도시엔 시범단지 조성
1960년대 말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휘경동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주거용 한옥이 40년 만에 돌아오고 있다. 전남에서 올해 한옥 65채를 주거용으로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서울시는 전통한옥 밀집지구인 종로구 가회동·계동 일대 북촌 이외 지역 한옥에 대한 보존·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도 2012년 입주하는 행정도시에 한옥 주거단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2008년부터 시범사업 입지 선정에 들어간다.

주거용 한옥이 돌아온다=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전남이다. 전남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무안·함평·구례 등 4곳에서 65채의 한옥을 새로 짓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개량 사업 성격으로 옛집을 헐고 신축하는 경우에 1채에 보조금을 2천만원까지, 저리 융자를 3천만원까지 지원해주는 것이다. 또 집을 개·보수하는 경우에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이 4곳을 포함한 14곳을 한옥 시범 마을로 지정했으며, 한 마을에서 10채 이상의 한옥을 신축하도록 도가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도 행복마을과 김태형 사무관은 “나무와 황토를 이용한 한옥을 지음으로써 주민들의 건강과 이 지역의 경관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며 “보여주기가 아니라 주거 목적이므로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화장실과 부엌, 창, 문 등을 현대적으로 개조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북촌 가꾸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서울시는 2007~2010년 585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한옥 개·보수 지원(보조 3천만원·융자 2천만원)과 한옥 매입, 환경 정비 등 사업을 계속한다. 올해는 원서동길 1㎞의 전기·통신선을 지하화하고 한옥 5채를 새로 매입해 어린이집·노인정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2006년 현재까지 북촌엔 924채의 한옥이 남아있는데, 이 가운데 395채가 시에 자발적으로 등록했고, 591채가 개·보수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는 북촌 이외 지역에서 한옥을 보존·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김우성 서울시 북촌사업팀장은 “서울에서 50채 이상의 한옥이 밀집한 100곳을 북촌처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 하반기에 연구를 맡긴다”며 “이 결과에 따라 다른 지역 한옥에 대한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정부 차원의 한옥 지원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2012년까지 충남 연기에 건설되는 행정도시에선 2008년 주거용 한옥 시범단지 터를 선정하고, 공공시설과 문화시설, 게스트하우스, 외국공관 등을 한옥이나 한옥 양식으로 짓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한옥 내부 공간의 모습.
한옥 내부 공간의 모습.
이래서 살 만하다
자연 친화에 개방 공간
느껴볼수록 붙는 정감
비싸지 않은 것도 매력

한옥은 살 만한가?=한옥에 사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한옥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사는 박인숙씨는 아이들을 위해 14년 전 한옥으로 이사왔다. 박씨는 “한옥에선 햇볕이 마당에 부딪쳐 집안으로 들어오고 비가 오면 땅에서 흙냄새가 올라오는 경험을 한다”며 “나도 어려서 그런 집에서 살았고,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역시 북촌에서 2004년부터 사는 조주립씨는 “한옥에 산다는 것은 마당과 마루의 개방감을 좋아하고 서까래와 처마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동소문동 한옥에 사는 미국인 피터 바솔로뮤씨는 “한옥의 재료인 나무와 흙, 종이의 모습과 냄새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문살·창살·기둥·처마·들보는 그 자체가 예술품”이라며 “한옥은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주택”이라고 말했다.

한옥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전국에서 한옥값이 가장 높다는 북촌의 경우에도 웬만한 지역의 평당 가격은 1500만원 안팎이다. 큰길에 가까우면 1500만원이 넘고 골목으로는 그 이하다. 북촌이 아닌 서울의 대부분 지역 한옥값은 평당 1500만원 이하다. 서울 종로구 계동부동산의 김재창씨는 “북촌 사업이나 서울 집값 오름세로 인해 과거보다 많이 올랐으나 양옥에 견주면 아직 가격은 높지 않다”며 “투자보다 주거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 꾸준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사찰과 종가 등 전통건축을 많이 해온 다리건축의 조인숙 대표는 “한옥이 멋있다는 생각만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직접 경험해보고 뭔가 느낀 점이 있을 때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옥살이의 어려움=한옥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옥에 살려는 사람들은 한옥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점은 겨울의 난방 문제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 “원래 한옥에서 겨울철 난방은 온돌 외에 햇볕에도 많이 의존하는데, 도시에선 햇볕을 충분히 받기 힘들다”며 “덧문이나 흙벽, 두꺼운 옷 등으로 추위를 적절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촌 주민 조주립씨는 “주차가 어렵고 비나 눈이 오면 드나들기가 불편하고 좌식 생활을 해야 한다”면서도 “불편을 선택하고 그에 적응하는 것이 바로 한옥 생활”이라고 설명했다.

이래서 불편하다
겨울 난방이 최대 난제
주차 어렵고 좌식 생활
재료 비싸 건축비 부담

기존 한옥을 살 때와 달리 새로 집을 지을 때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한옥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석 경원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현재는 나무와 돌, 종이 등 재료비가 비싸서 새로운 한옥이 공급되기 어렵다”며 “한옥 신축이 활성화하려면 한옥 시장이 커져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땅값을 뺀 한옥 건축비는 3.3㎡(1평)에 1천만원 가량으로 일반 건축비의 3배에 이른다.

법률의 미비함도 한옥에서 사는 데 어려움을 더한다. 지난 3월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의 토론회에서 송인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 건축법은 서까래를 몇 개 교체하는 것도 큰 공사로 보며, 건축 면적을 건물 벽면이 아닌 처마선으로 정하고, 큰길가의 한옥 건축선을 후퇴하도록 한다”며 “이런 불합리한 법 규정이 한옥의 신축이나 개·보수를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건설교통부 건축기획과 문석준 사무관은 “최근 한옥 주거 바람이 불고 있으나, 현대 건축물을 기준으로 한 건축법으로 인해 신축이나 개·보수 등에 어려움이 많다”며 “7~8월에 연구를 맡겨 최근의 한옥 바람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 제·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한옥에서 살려는 사람들은 그곳이 주택 재개발 예정 구역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촌이나 전주 교동 등 한옥 보호지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한옥은 재개발에 따라 철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병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지역을 재개발하려는 쪽에서는 오래된 한옥을 노후불량 주택으로 분류해 재개발의 이유로 삼는데, 현행 법률로는 이런 재개발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북촌의 전경. 사진 서울시 제공.
북촌의 전경. 사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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