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동천래미안 타운하우스와 이를 설계한 프랑스의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
인천공항 설계한 빌모트 등…“브랜드 마케팅일뿐” 지적도
최근 건설회사들이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에게 주택 건축이나 조경 설계를 맡기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공동주택의 고급화·차별화를 추구하는 외국 건축가의 설계는 수요자의 눈길을 끌어 분양에는 유리하나, 아직 브랜드 마케팅 위주여서 품질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이나 다음달 분양 예정인 삼성건설의 경기 용인시 동천래미안 2393가구 가운데 타운하우스(사진 위) 56가구의 설계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사진 아래)가 맡았다. 빌모트는 가나아트센터,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했고 경기도 광교 신도시 설계 자문을 맡아 국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설계한 타운하우스는 4층에 가구당 201~323㎡ 규모이며, 건물들이 산 아래 지형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서 있다. 역시 용인의 상현동에 분양 예정인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외관 디자인을 홍콩의 건축설계사무소 엘더블류케이(LWK)의 대표인 로널드 량에게, 조경 디자인을 호주의 애스펙트에 맡겼다.
한일건설이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분양하는 루아르밸리의 설계는 프랑스 국가자문 건축가인 로랑 살로몽이 맡았다. 루아르밸리는 부채꼴의 터에 지상 2~3층 단독주택 52가구로 구성돼 개방감이 크며, 가구당 면적은 330~363㎡, ㎡당 분양가는 600만원 가량이다. 한화건설도 지난 7월 분양한 인천 소래논현지구 에코메트로의 조경을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 조경학과 교수인 마시모 벤투리 페리올로 교수에게 맡겼다.
건설사들은 외국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의 브랜드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홍보실의 박원철 대리는 “한국 아파트의 외관이 천편일률인데, 고급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외국 건축가들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건설 홍보실의 박성운씨도 “지난 2005년 용인시 기흥 골드 골프장 안에 지은 아펠바움의 설계를 한국계 일본인 이타미 준에게 맡겼는데, 작품성과 상품성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건축계의 불만은 크다. 건축가인 한양대 건축공학부 서현 교수는 “보통 아파트의 설계는 국내의 아파트 전문 설계회사로 가고, 고급 아파트는 외국 건축가에게 가는 극단적 상황이 국내 건축가들을 소외시킨다”며 “이는 주거의 품질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딱지만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길 기념관을 설계한 김인철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도 “이제 한국도 다양하고 품질이 높은 주거를 찾을 때가 됐는데, 한국인의 일상 삶을 이해하고 역량도 있는 국내 건축가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용인시 양지면 루아르밸리 조감도
프랑스 건축가 로랑 살로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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