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아파트 전셋값 대비 매맷값 비율
[열려라 경제] 국내 집값의 적정수준 진단&전망
3월 전셋값 대비 매맷값, 장기평균보다 14%↑
건설사 지원 등 정부정책이 아파트값 떠받쳐
3월 전셋값 대비 매맷값, 장기평균보다 14%↑
건설사 지원 등 정부정책이 아파트값 떠받쳐
수도권 새도시에서 전세 1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세들어 살고 있는 ㄱ씨는 최근 ‘집을 사지 않겠느냐’는 집주인의 제안을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 집값이 다시 들썩인다는 뉴스에 마음이 불안해져 무리를 해서라도 사버릴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집주인은 집값을 시세보다 5천만원 깎아 3억5천만원에 넘겨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집을 사려면 전세금을 빼고도 2억원이 더 필요하다. 그는 주판알을 튕겨보았다.
2억원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연 5%라면 1천만원이다. 3억5천만원인 집값이 최소한 해마다 3%씩 올라줘야 본전이라는 얘기가 된다. 취득·등록세나 재산세, 나중에 집을 팔아 생긴 차익에 매기는 양도세까지 한 푼 안 낸다고 쳐도 그렇다. ㄱ씨는 아무리 궁리해도 집을 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면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세놓을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의 계산법은 어떨까? ㄴ씨는 은행에 맡겨둔 정기예금 3억5천만원으로 ㄱ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살까 생각하고 주판알을 튕겨봤다. 전세 대신 월세를 놓으면 연간 1365만원(월세 전환율 9.1% 적용)가량을 받을 수 있을 듯했다.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고 치면, 임대수익률이 3.9%였다. 은행 이자나 별 차이가 없으니 번거롭게 집을 사고 싶지가 않았다.
대개의 사람들이 집을 사고팔 때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집값이 앞으로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보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한다. ㄱ씨나 ㄴ씨가 한 일은 현재 임대료 수준과 금리에 비춰볼 때 집값이 적정 수준보다 싼지 비싼지를 따져본 것이다. 그들이 집 사기를 망설인 이유는 임대료에 견줘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도 이들과 거의 같은 계산법을 쓴다.
세계 각국의 주택 및 부동산 가격 동향을 분석하는 ‘나이트 프랭크’나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의 분석자료들은 각국의 연간 가계소득(중위소득)에 견줘 평균 집값이 얼마인지를 따져 보여준다. 상대비교를 위한 것이다. 또 각국의 주택 임대수익률이 얼마인지를 따진다. 다른 투자수단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률에 견줘 주택 임대수익률이 낮다면, 현재 집값이 비싸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임대료에 견줘 집값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재 집값이 연간 임대료의 몇 배인지를 계산해, 이를 과거 장기평균값과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월세보다 전세가 일반적이어서, 주택 임대수익률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1998년말부터 집계하고 있는 아파트 매매-전세 비율을 이용하면 집값이 임대료에 견줘 비싼지 싼지는 알아볼 수 있다. 매맷값이 전셋값의 몇 배였는지 장기평균값을 구해, 그것을 지금의 수치와 비교해보면 된다.
지난 3월 현재 우리나라의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을 100으로 보면, 매맷값은 191이다. 1998년 1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전세 대비 매맷값은 167에 그쳤다. 이는 현재 매맷값이 임대료에 견줘 장기평균 수준보다 14%가량 비싸다는 뜻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비싼 정도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서울 강남은 전세 대비 매맷값의 장기평균값이 212인데, 지난 3월 현재는 275로 30%나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값이 크게 뛴 강북지역은 초과율이 40%로 강남보다 더 높다. 경기지역 전체로는 18%, 6개 광역시는 6% 초과하고 있는데, 지난해 집값이 크게 뛴 인천은 37%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들어 집값이 폭등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이 수치가 50% 안팎이고, 스페인의 경우 80%에 이르기도 한다.
임대료와 집값의 비율이 균형을 찾아가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서둘러 균형을 찾을 수도 있고, 임대료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추월해 시간을 두고 균형을 찾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나라들에서는 집값이 급락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이후 집값 하락세가 매우 완만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반등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임대료에 견줘 매우 비싼 우리나라 도시지역 아파트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급격히 떨어뜨린 대출금리, 정부의 은행 주택대출 만기연장 조처, 미분양 주택 분양가 하락을 차단하기 위한 건설회사 지원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금리가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가 집값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임대료와 집값의 비율이 균형을 찾아가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서둘러 균형을 찾을 수도 있고, 임대료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추월해 시간을 두고 균형을 찾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나라들에서는 집값이 급락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이후 집값 하락세가 매우 완만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반등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임대료에 견줘 매우 비싼 우리나라 도시지역 아파트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급격히 떨어뜨린 대출금리, 정부의 은행 주택대출 만기연장 조처, 미분양 주택 분양가 하락을 차단하기 위한 건설회사 지원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금리가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가 집값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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