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지역별 재건축 매맷값 변동률
3.3㎡당 3340만원 사상 최고치…과천 상승률 1위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주택가격 붐 위험에 빠져”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주택가격 붐 위험에 빠져”
올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매맷값이 20% 가까이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가격 하락 뒤, 대기수요자가 급격하게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전국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매맷값 상승률을 조사해보니, 전국의 평균 변동률이 17.49%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은 3.3㎡당 3340만원으로 지난 1월의 2799만원보다 19.34% 올라, 이전 최고가격이었던 2007년 1월 3315만원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62%, 인천이 2.62% 오르면서 수도권이 전체적으로 18.21%나 상승했고, 지방도 5.18%의 오름세를 보였다.
시·군·구별로 살펴보면, 재건축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과천으로, 지난 1월 3.3㎡당 3543만원에서 13일 현재에는 4528만원으로 27.79% 올랐다. 이어 송파구 25.75%, 강동구 25.15%, 서초구 19.26%, 강남구 18.48% 순으로 올라 서울 강남권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권의 3.3㎡당 매맷값은 올 1월 2906만원에서 현재 3525만원으로 21.31%가 올랐다. 지방에서도 부산(8.56%)과 경남(7.80%)이 오르면서 지방 재건축아파트 매맷값을 끌어올렸다.
이런 상승세는 재건축 아파트 값이 지난해 금융위기로 떨어지면서, 투자시기를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한국의 재건축 시장은 늘 대기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이후에는 항상 다시 반등하는 구조”라며 “지난해 경기 침체로 가격이 급락한 강남 재건축 시장이 올해 경기 회복으로 투자 기대차익이 가장 큰 지역으로 바뀌면서 수요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가격변동률은 서울 -14.12%, 경기도 -5.75%, 수도권 -13.22%로 크게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붐’을 두고는 외부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란 제목의 12일치 기사에서 “기술적으로 보면 한국은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고, 주택시장은 겨우 잠시 주춤거렸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느슨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인한 낮은 대출금리가 경기회복을 도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택가격의 붐에 연료를 공급하면서 위험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방식으로 지나친 자산가격의 움직임에 맞서 싸워야 할 첫 번째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한국의 금융당국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자칫 기준 금리를 빨리 인상할 경우, 전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러한 통화정책 대신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사용해 주택시장을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게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자산가격의 움직임들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큰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춘화 류이근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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