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짙은 선)과 2009년(엷은 선) 월별 분양 실적.
막판 세감면 노린 물량 봇물에도 시장 ‘꽁꽁’
청약률 제로 아파트도…건설사 부메랑 될 듯
청약률 제로 아파트도…건설사 부메랑 될 듯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길어질 경우 건설사 미분양 적체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29일 금융결제원의 청약 경쟁률 자료를 보면, 내년 2월11일 미분양 양도세 감면 종료 전에 혜택을 보기 위해 대규모 분양물량을 내놓은 건설사들이 ‘청약 참패’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김포 한강새도시에서 ‘자연앤 힐스테이트’ 1382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접수가 89건(6.4%)에 그쳐 1293가구가 미달됐다.
지역에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던 대규모 단지들의 미분양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22일부터 3일동안 청약을 받은 경기도 수원의 ‘아이파티시티 2차’는 특별공급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2014가구 가운데 917가구가 미달됐다. 앞서 지난 11일 청약을 마친 일산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 ‘두산 위브더제니스’ 역시 2700가구 가운데 3분의 2인 1738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방에서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 24일 청약을 마친 충남 천안의 ‘천안 병천 레이크팰리스’는 346가구 모집에 청약접수자는 ‘0’명이었다.
청약실패가 잇따르는 이유는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면서 입지에 따라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때문으로 보인다. 12월이 부동산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이례적으로 많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12월 공동주택분양실적 자료를 보면, 12월에 전국에서 2만9660가구가 분양돼 지난해 1만5290가구보다 94%가 늘었다. 수도권에서는 2만4812가구가 분양돼 지난해(1만637가구)보다 133.3% 증가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수요자는 다급할 필요가 없다”며 “양도세 감면 혜택 역시 집값이 올라야 효과가 발휘되는 만큼 양도세 혜택 종료가 다가온다고 해서 수요자들이 무분별하게 청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엘알 박상언 대표는 “통상적으로 미분양이 쌓여있는 곳은 분양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한강새도시에서는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7000가구를 다시 밀어내기 분양했다”며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쌓이더라도 양도세 혜택을 보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미분양 적체로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