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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큰집보다 중소형 분당보다 판교로

등록 2010-04-21 21:20

서울지역 아파트 값 변동률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기 줄며 실수요자가 ‘영향력’
중대형 미분양·주상복합 찬바람
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2기 새도시에 밀려 가격하락




수도권 아파트시장 판도 변하나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20년 가까이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의 주역이었던 분당 등 1기 새도시가 인근 새도시에 밀려 저물고 있고, 인기를 끌었던 주상복합이나 중대형 평형도 뚜렷한 내림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투기) 수요가 줄고 실수요가 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분석한다.

■ 1기 새도시 전성시대 가고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경기 성남 분당과 판교새도시는 요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입주 1년째를 맞고 있는 판교는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분당 집값은 석달째 떨어지고 있다. 21일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올들어 분당의 집값 변동률은 1월(-0.02%)과 2월(0.01%)에 소폭씩 등락을 반복다가가 3월(-0.1%), 4월(-0.2%)에는 하락세가 가파르다. 판교는 1월(0.52%), 2월(0.22%), 3월(0.05%), 4월(0.03%)에도 소폭 오름세다.

부동산업계에선 경기 남부지역의 주거 중심축이 노후화된 분당에서 2기 새도시의 대표격인 판교로 급속히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새도시의 집값 하락폭이 서울이나 수도권 평균치보다 더 크다. 1990년대 초부터 입주를 시작한 1기 새도시는 그동안 수도권에서 양질의 주거지로 각광받아 왔다. 집값도 최근 10년여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지은 지 15~20년이 지나 노후해진데다 판교 등 2기 새도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경쟁하면서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1기 새도시 주변에 2기 새도시와 대규모 택지가 개발되면서 수요 이탈과 함께 아파트의 가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일산 주변만 봐도 파주, 은평, 고양 신축지구 등 경쟁군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1기 새도시와 서울 사이에는 앞으로 보금자리 주택이 대거(32만가구) 들어설 예정이어서 1기 새도시의 가치 하락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 중대형·주상복합도 저물고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중대형·주상복합은 저물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도 중대형은 줄줄이 미분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대형 미분양은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라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올 2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모두 11만6438가구다. 이중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은 6만8061여가구로 절반을 훨씬 넘는다. 전용 60㎡ 이하 소형은 5450가구, 60∼85㎡는 4만2927가구다. 준공후 미분양(4만8469가구)도 중대형은 2만5779가구로 역시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있다.

청약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외면은 뚜렸하다. 올들어 공급된 용인 신동백 롯데캐슬, 고양 삼송 호반 베르디움, 별내 하우스토리 등 수도권에서 중대형 평형이 많은 곳은 미분양이 속출했다.

주상복합아파트도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실종됐다. 값도 가파르게 내리는 중이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때 주상복합은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린 곳이다. 하지만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ㄹ주상복합(400가구)의 경우 여러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으나 올들어 거래는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분당 파크뷰의 전용 140㎡(15층)는 지난 1월에 15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나 3월에는 12억5000만원(5층)에 팔렸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무조건 중대형을 사야 돈이 된다는 중대형 불패신화는 이제 시장에서 사라진 것 같다”며 “실수요자들은 중대형이나 주상복합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주상복합은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 중소형 아파트는 뜨고 실수요자들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는 인기다. 중소형 아파트는 미분양이 속출했던 인천 영종 하늘도시에서도 꾸준히 팔리고 있을 정도다. 기존 주택도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은 값이 상승세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조사를 보면, 서울의 경우 올 들어 작은 소형(66㎡, -0.44%)과 대형아파트(165㎡, -0.10%)는 하락세가 뚜렸했으나 20~30평형대는 아직은 오름세(0.03~0.14%)다.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량은 늘었는데도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실수요자들이 살수 있는 싼 매물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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