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후, 대표적인 재건축아파트로 매매가격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의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지는 않되 디티아이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4·23 대책’에서 나온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손질하는 게 한 예다.
4·23 대책에서 거래 활성화 방안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갖고 있는 ‘기존주택’을 사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게 디티아이 한도를 초과해 대출 지원을 해주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대상은 가격 6억원 및 면적 85㎡ 이하 기존주택(서울 강남3구 등 투기지역 제외)을 구입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강남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디티아이 규제의 벽을 허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시행 뒤 한 달을 훌쩍 넘긴 17일까지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을 4000만원 이하로 한정하는 등 자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집 입주예정자가 매물로 내놓은 ‘기존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의 소득 기준과 주택가격, 면적 등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을 상향하게 될 경우 또 디티아이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뼈대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만큼 상한제 폐지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시장 하향 안정세를 고려할 때 손을 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거래 활성화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정부는 디티아이 기준에 일부 손을 대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금융규제를 대폭 해제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한 상당수 전문가들도 금융규제 완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규제를 풀면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게 된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반기에 출구전략의 하나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뜩이나 가중되고 있는 가계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규제완화의 효과 또한 불투명하다는 게 정부 쪽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분양가가 민간주택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집에 대한 수요가 없다”며 “집값 상승기에는 금융규제가 효과가 있는데 지금 같은 하락기에 돈 빌려줘 봤자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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