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분양가→미분양→분양 중단
경기 침체로 미분양 늘자
건설업체 분양 연기 속출
전문가들 “가격거품 빼야”
경기 침체로 미분양 늘자
건설업체 분양 연기 속출
전문가들 “가격거품 빼야”
대도시 근교 택지개발과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줄곧 이어져 온 부동산 대책의 뼈대다. 주택 공급을 늘려 경기도 살리고 집값도 안정시키자는 의도였다. 한때는 통했다. 개발 대상지의 토지 및 주택 소유주들은 보상비나 개발차익으로 배를 불렸고 건설업체들도 흥청망청했다. 적어도 수도권에선 그랬다.
하지만, 이런 공급만능주의에 따른 ‘재앙의 그림자’가 수도권에까지 드리우고 있다. 분양 불패 신화는 깨졌고, 건설업체들은 이미 착수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개발지역에 무분별하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도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몰라 전정 긍긍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분양을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19일 <부동산114> 등 부동산정보업체 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의 도심 재개발 지역과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을 미루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 대형건설사들이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벌였던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시세보다 싼 조합원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애초 기대했던 가격대로 분양을 했다가는 미분양이 쌓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에스(GS)건설, 삼성물산 등 4개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한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2구역(1148가구)은 애초 6월에 분양하려다 8월 이후로 미뤘다. 왕십리2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당 2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현재 일부 재개발조합원들이 3.3㎡당 1600만~1800만원에 중개업소에 내놓고 있다.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안좋다보니 조합과 업체들간에 의견이 엇갈려 분양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재개발하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19구역과 옥수 12구역도 올 상반기로 예정했던 일반분양을 모두 하반기로 연기한 상태다.
수도권 인기지역으로 꼽혔던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도 분양 연기는 다반사다.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업무단지 3공구의 3개 블록에서 공급할 1654가구와 1공구 4개 블록에 지을 2167가구의 분양을 계속 미루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분양 시기를 일단 하반기로 미뤘으나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연내에 분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미뤄온 영종하늘도시 안의 전용 85㎡ 초과 1300가구의 분양시기를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다. 중흥건설은 김포 한강새도시에서 8월에 1019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시기를 재조정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실장은 “인천 송도, 청라지구, 영종하늘도시와 인근인 김포한강새도시 등에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 사실상 공급 과잉상태”라며 “건설업체들이 곧 정부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비수기를 피해 분양 시기를 잡고 있는데 분양을 미뤄도 뾰족한 수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소규모 분양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호산업은 지난달로 예정했던 경기 안양시 호계동 금호어울림 아파트 136가구의 분양을 8월 이후로 연기했고, 대림산업도 용인 마북동 2차 이편한세상 110가구의 분양을 10월에서 12월로 일단 미뤘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일단 가을 이사철을 기대하고 있지만 10월에는 또 한차례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어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3차 보금자리주택은 서울 항동, 인천 구월, 광명 시흥, 하남 감일, 성남 고등 등 5곳에서 4만800가구가 공급된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건설사들이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을 바라고 있지만 가을로 분양을 미루면 값싼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해야 해 ‘산넘어 산’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답을 정공법으로 찾는다. 분양가격을 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건설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분양가 거품을 빼야 한다.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에 기대지 말고 이제는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건설사들은 일단 가을 이사철을 기대하고 있지만 10월에는 또 한차례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어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3차 보금자리주택은 서울 항동, 인천 구월, 광명 시흥, 하남 감일, 성남 고등 등 5곳에서 4만800가구가 공급된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건설사들이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을 바라고 있지만 가을로 분양을 미루면 값싼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해야 해 ‘산넘어 산’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답을 정공법으로 찾는다. 분양가격을 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건설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분양가 거품을 빼야 한다.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에 기대지 말고 이제는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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