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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우산 챙기세요”…스마트 아파트가 온다

등록 2010-07-20 16:33

“주인님, 우산 챙기세요”…스마트 아파트가 온다
“주인님, 우산 챙기세요”…스마트 아파트가 온다
[부동산 특집]
조명·냉난방·주차 관리부터
에너지 절약 등 알아서 척척
3세대 IT아파트 현실로 성큼
모바일 모델하우스도 ‘눈길’

한여름 밤 12시. 회사 동료와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한 입주자의 차량이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차에 부착된 스마트카드를 인식한 주차관리 시스템이 해당 동의 엘리베이터를 호출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아파트 현관에 도착한 입주자가 손가락을 도어록에 대자 주인을 인식한 현관문이 열린다. 현관문이 열리자 은은한 빛의 거실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동시에 냉방장치가 가동되면서 실내는 잠자리에 들기 좋은 적정 온도로 맞춰진다. 다음날 아침, 거실에 설치된 액정화면에는 전날 대리기사가 주차한 차량의 위치 정보가 전송돼 있다.

아파트가 첨단 정보기술(IT)과 결합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똑똑한 ‘스마트 아파트’로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 붐과 함께 등장한 ‘정보통신 아파트’가 1세대 정보기술 아파트였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홈네트워크 아파트’는 2세대 정보기술 아파트의 등장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 밖에서 휴대전화로 전등을 끄고, 가스레인지 밸브를 잠글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이 눈길을 끌던 시기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3세대 정보기술 아파트는 첨단 스마트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더욱 편리해진 홈네트워크 기술,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생활편의 장치,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을 높이는 첨단 장비들, 이런 각각의 장비들을 손쉽게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스톱 제어 시스템이 스마트 아파트의 구성 요소로 떠올랐다.

■ 불붙는 ‘스마트’ 아파트 경쟁

지에스(GS)건설이 경기도 고양에 지어 8월 입주가 시작되는 ‘일산 자이’는 입주자 맞춤형의 ‘일산 자이 스마트폰’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마트폰으로 외출 중 집 안의 조명·보일러·환기·에어컨·욕조까지 조종하는 것은 물론 단지 내에서 주민들이 중고 생활용품이나 전자제품도 거래할 수 있다. 지에스건설 이상규 홍보팀장은 “스마트폰의 획기적인 기능과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는 기존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접목시켜 주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SK)건설은 ‘수원 에스케이 스카이뷰’에 ‘지그비(ZigBee) 시스템’이라는 스마트 아파트 기술을 선보였다. 지그비 칩을 스마트폰의 범용가입자인증장치(USIM) 카드에 탑재해 스마트폰으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는 스마트폰으로 공동 현관을 출입하고, 엘리베이터 자동호출, 지하 주차장 주차위치 확인, 위급상황 시 비상통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수원 아이파크시티’에 통합 무인경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비실과 주민 공용공간, 각 가구를 폐쇄회로카메라, 감지장치 등으로 촘촘히 연결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이 아파트는 또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빠르게 회수하고 청정공기를 공급하는 고효율 폐열회수 환기시스템이 가동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대구 달서구에 입주를 앞둔 주상복합 아파트 ‘월드마크 웨스트엔드’에 국내 최초로 ‘바이오 라이팅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우울증이나 정서불안, 시차적응 등의 치료를 위해 조명을 이용하는 조명 치료(라이팅테라피·Lighting-Therapy) 시스템을 아파트에 활용한 것이다. 저녁 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공부방은 책을 볼 때 피로감을 덜어주는 녹색과 청색 조명으로, 거실은 어른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청색 톤의 조명으로 바뀌는 식이다.


“주인님, 우산 챙기세요”…스마트 아파트가 온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인님, 우산 챙기세요”…스마트 아파트가 온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힐스테이트’에 지능형 세대별 에너지 절감 그린 시스템인 ‘헴스’(HEMS, Hillstate Energy Management System)를 적용할 계획이다. 헴스는 가구별로 설치되는 월 패드(Wall Pad) 디스플레이 하나로 아파트 환경을 자동으로 스마트하게 관리해 주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기존 에너지 절약 시스템인 ‘에너지 클록’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것으로,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일간·월간·분기별 등으로 전력 소모량 등을 비교 또는 관리해준다. 예를 들면,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도 외출 또는 취침 때 조명을 스스로 일괄적으로 관리해 주기 때문에 상당량의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또 집 안에서 불필요하게 새고 있는 가전제품 등의 대기전력을 자동 차단해 전기 소모량을 절약한다.

이와 함께 단지 반경 4㎞ 내의 날씨·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자외선 지수 등을 채집해 냉난방 및 환기 제어에 도움을 주는 ‘동네날씨 시스템’을 탑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외출 때도 집 밖의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게 돼 복장, 화장 등을 알맞게 선택할 수 있다.

■ ‘본보기집도 휴대전화 안으로’

아파트 본보기집을 휴대전화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우림건설은 이달 분양한 경기 고양삼송 ‘우림필유’의 모바일 모델하우스를 개설해 예비 입주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 아파트 모바일 누리집(mwoolim.com)에 접속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신축 아파트의 현장정보를 비롯한 단지·평면·마감재 등 각종 분양정보를 생생한 영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공동주택에 첨단 장비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스마트 아파트로 진화하는 것은 국내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의 아파트 품질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게 근본적인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를 앞세워 ‘짓기만 하면’ 아파트가 팔렸던 몇년 전까지만 해도 겉보기에 좋은 조경이나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등 ‘하드웨어’에 돈을 들이면 수요자들의 반응이 좋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만 스마트 아파트가 발전하기에는 현실적 한계도 분명히 있다. 건축비 부담으로 인해 일반 아파트에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첨단기술이 대부분이며, 홈네트워크 등 보편화한 시스템의 경우는 이미 건설사가 소비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법정 분양가 가산비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실이다. 만일 아파트에 적용될 각종 첨단기술과 장비가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된다면 소비자들의 판단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업계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금과 같은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가격이 싼 아파트가 더 잘 팔리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후 주택시장을 이끌 트렌드가 스마트 아파트로 모이고 있는 만큼 주택업계로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늘려 분양가와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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