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자금난 여파
상당수 지역 개발 불투명
서울서 멀어 매력 떨어져
수요예측 ‘탁상행정’ 지적
“자족기능 강화 등 조정을”
상당수 지역 개발 불투명
서울서 멀어 매력 떨어져
수요예측 ‘탁상행정’ 지적
“자족기능 강화 등 조정을”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구조 악화로 수도권 2기 새도시 조성이 곳곳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수도권 새도시는 용산역세권 등 민간이 추진하는 도심 개발사업과 달리 정부의 주택종합계획에 따라 택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사업이 지연되면 해당 지역 토지소유주의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주택수급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국토해양부와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미 택지개발 예정지로 지정돼 있는 2기 새도시 11곳(62만30000가구) 가운데 여러곳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주체의 자금 부족으로 보상이 늦어지는 등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 북부의 중심지로 개발 예정인 파주 운정새도시(7만8000가구)의 경우 1, 2지구는 정상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토지가 팔리지 않아 토지주택공사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는 현재 채권을 발행해 투입한 자금 가운데 3조3000억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3지구(3만2000가구)에 대해서는 개발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주 새도시도 애초 계획대로 조성이 어려운 처지다. 토지주택공사는 양주 옥정지구(3만7000가구) 개발에 이어, 회천지구(2만2000가구) 개발에 들어갔는데 미분양이 속출하고 1조5000억원의 빚이 쌓이자 나머지 예정지는 보상만 한 채 터 조성과 기반시설 공사 등을 미루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개발계획을 확정한 인천 검단새도시에서는 인천시와 토지주택공사가 서로 자금난을 이유로 보상비 부담 떠넘기기 공방을 벌여왔다. 결국 지난 4월부터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보상에 들어갔으난 지금부터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최근 인천, 김포지역에 주택 공급이 집중되면서 검단에서는 대규모 택지 미분양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지역은 송도국제도시, 청라지구, 영종 하늘도시, 가정오거리 등지에 약 20만 가구에 이르는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고 검단새도시와 가까운 김포지역에서도 한강새도시와 고촌단지에서 수만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서울에서 먼 새도시와 인천 검단은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솔직히 땅 사기가 겁나는 곳”이라며 “땅이 팔리지 않아 새도시 조성이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기 새도시 가운데 가장 규모간 큰 경기 화성 동탄2 새도시(11만1000가구)는 현재 보상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토지주택공사가 이곳도 사업 시기 조정을 검토하고 있어, 애초 일정대로 내년 하반기 분양이 불투명하다. 특히 동탄새도시 인근인 용인·수원 등지에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여 있어, 공사가 택지를 공급해도 건설사들이 땅을 매입해 분양에 들어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미군기지 이전 등에 대비해 조성중인 평택 고덕국제화도시는 용산미군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토지보상마저 늦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새도시로 처음 지정한 오산세교3지구는 아예 토지주택공사가 사업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에 연간 25만가구의 신규 주택수요가 있다고 추정해, 새도시 공급물량 축소 등은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한만희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분양이 지연되면 연간 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동탄2새도시는 수도권 남부의 중심지로, 검단은 서부권의 중심지 등으로 특화해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방침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2기 새도시 대부분이 서울에서 40~50㎞ 지점에 있어 너무 멀다”며 “서울에서 먼 새도시는 주거 비율을 낮추고 자족기능을 강화해 서울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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