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반짝효과 정도”
“아직은 문의도 없네요.”
정부의 ‘8·29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하루가 지난 30일 경기 용인·파주·고양 등지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한산한 분위기가 여전했다. 이들 지역은 미분양이 쌓인데다 올해 입주물량까지 쏟아져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곳으로, 이번 대책에 따른 수도권 수혜지역으로도 꼽힌다.
최근 한달여 새 4600여가구가 입주하는 고양시 식사지구의 ㅎ공인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큰 변화는 없겠지만 거래는 조금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집을 사겠다는 전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파주 교하새도시의 ㅅ공인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서는 어떤 대책이 나와도 시장 반응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며 “시장 분위기로 보면 거래가 잘 안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역시 입주 물량이 많은 용인 동천동의 ㅎ공인 관계자는 “대출규제 때문에 사람들이 집을 안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요즘 분위기에서는 관망세가 지속되고 급매물만 거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미분양·입주 지연 물량의 대부분이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고 공급 과잉이 근본적인 문제여서 이번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용인과 고양지역은 지금까지 1만가구가 넘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졌고 파주·남양주 지역도 8000~9000가구가 입주민을 맞았다.
그동안 집값 상승의 진앙지 구실을 해온 서울 강남3구의 재건축 시장, 성남 분당 등지에서도 문의 전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주공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부 정책이 나오면 일요일에도 전화가 왔는데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급매물이 거래된다 하더라도 추격 매수가 없어 집값 상승은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분당 서현동의 ㅎ공인 관계자는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2~3개월 지나봐야 결과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반짝 효과’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이번 대책이 공급 과잉에 따른 수도권 집값 하락을 멈추게 하기는 어렵고 싼 매물 위주의 반짝 거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도 “수도권의 새아파트 입주율이 저조한 것은 기존 집이 안팔려 이사를 못가는 경우와 투자 목적으로 샀다가 원금이 손실 난 경우인데 후자는 이번 대책으로 달라질 게 없다”고 진단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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