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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집값 떨어지면 누가 손해보나?…한국의 ‘부동산 6계급’

등록 2010-09-13 16:15수정 2010-09-13 17:12

집값 분포 *자료: 국토해양부(2008년 주택공시가격)
집값 분포 *자료: 국토해양부(2008년 주택공시가격)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집값 하락, 무탈하거나 행복해지는 당신
집값이 오르면 부동산 부자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거머쥐는 반면, 무주택자는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내 집 마련의 길이 멀어진다. 집값이 떨어지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또 집이 있더라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어 별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집을 소유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 집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목 좋은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집값 변동에 대한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최근 집값 하락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도 넓게 보면 집값이 하락할 때 나타나는 다양한 경제적 이해관계 중 한 가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우스 푸어란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빚을 내어 집을 산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자 오히려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정부와 언론의 부동산 덫에 걸린 희생자라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투기에 한 다리 걸치려다 손해를 자초한 사람들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집값 하락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는 데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린 집값 문제를 하우스 푸어만의 문제로 좁혀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값 하락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전반을 제대로 알 수 없고 해법 또한 엇나갈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한국 사회가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계급이 나뉜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전제에서 집값 변동에 대한 계급별 이해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좀더 풍부하게 하려 한다. 먼저 어떤 집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그 집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분석해 집을 소유한 사람들 사이에도 집값 하락에 대한 이해관계가 똑같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려 한다. 집이 없어 셋방을 떠도는,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무주택자는 집값 하락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도 살펴보려 한다. 집값이 계단형으로 상승할 경우(한국형), 폭락 뒤 폭등할 경우(외환위기형), 대폭락할 경우(일본형), 서서히 하락할 경우(연착륙형) 등으로 나눠 부동산 계급별로 어떤 이해관계가 나타나는지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집값이 하락하는 시점에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 다뤄볼 것이다.

집값 9만 원에서 120억 원까지

지난해 말 현재 대한민국에는 집이 1450만 채가 있다. 주택보급률 111%로 1300만 가구(보통 가구 기준) 전체가 가구당 한 채씩 갖고도 140만 채가 남아돌 정도로 집을 많이 지은 것이다. 그런데 집이라고 다 같은 집이 아니다. 집값도 천차만별이다. 2008년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시가격(시세의 80%)을 시세로 환산하면 집 한 채당 평균가격은 1억6천만 원인데 지역별 또는 집의 종류나 크기별로 가격 차이가 크다.


수도권의 평균 집값은 2억6천만 원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8천만 원을 밑돈다. 전체 주택의 55%에 달하는 아파트는 2억 원, 31%를 차지하는 단독주택은 1억 원, 10%를 차지하는 다세대주택은 8천만 원, 4%를 차지하는 연립주택은 1억1천만 원이다.

값이 차이가 나는 데는 집의 넓이, 건축연도, 위치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지은 집이라 해도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권에 있는 집이 가장 비싸다.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싼 은평구의 전용면적 85㎡(33평) 아파트값은 2억6천만 원인 데 비해 가장 비싼 강남구의 같은 평형은 9억9천만 원이다.

가장 비싼 집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120억 원짜리다. 소유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가장 싼 집은 인천시 강화군에 있는 농가주택으로 9만 원이다. 이건희씨의 집을 팔면 가장 싼 집 13만5천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집값 분포를 보면 천차만별이다. 집계 대상 1356만 채 중 36.6%는 6250만 원 이하의 아주 싼 집이다. 이를 포함해 전체의 63.1%는 1억2500만 원 이하다. 2억5천만 원 이하의 집은 1128만 채로 전체의 83.2%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집이 5채라면 그중 4채는 2억5천만 원 이하인 것이다. 2억5천만 원에서 6억 원 사이에 있는 집은 12.5%인 170만 채다. 이 중 64만 채는 3억7500만 원이 넘고 106만 채는 그 이하다. 가장 싼 9만 원부터 6억 원까지의 집 1298만 채를 빼면 58만 채가 남는데, 이게 바로 6억 원이 넘는 비싼 집이다. 전체 주택의 4.3%에 해당한다. 이 중 37만 채는 6억∼9억 원이고, 21만 채는 9억 원이 넘는 집이다.

앞에서 살펴본 120억 원짜리 집 한 채를 비롯해 집값이 비싼 순서로 10만 채 정도를 추려보면 최저 가격이 11억2500만원이 넘는다. 정확하게 전체 주택의 0.8%(10만3198채)가 ‘유별나게 비싼 집’이다. 유별나게 비싼 집을 종류별로 보면 아파트가 전체의 90%(9만2천여 채)를 차지하고, 단독주택이 9%,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1%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에 9만4019채(91%), 경기도 8567채, 인천 163채를 포함한 수도권에 99.6%가 집중돼 있다. 그 밖에 전남(83채), 경북(79채), 울산(65채), 대구(53채) 순이고, 나머지 시도는 모두 50채를 밑돈다.

 

한국 사회의 부동산 6계급

한국 사회의 부동산 6계급 *자료: 통계청(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국세청(2007년 국세통계연보)
한국 사회의 부동산 6계급 *자료: 통계청(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국세청(2007년 국세통계연보)
집값도 천차만별이지만 사람들의 형편도 모두 다르다. 비싼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 없이 셋방을 떠도는 사람이 있고, 형편이 어려워 지하실이나 비닐하우스에 사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 사는 1590만 가구(2005년 일반 가구 기준)를 주택을 둘러싼 처지를 중심으로 구분하면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집단은 앞에서 살펴본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집이 있어도 집값이 천차만별이고 소유한 주택 수도 다르기 때문에 처지가 다 다르다. 집값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을 세주고 셋방을 떠도는 사람도 있다. 또 대다수는 한 채를 갖고 있지만 상당수는 두 채 이상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고, 심지어 최고 집부자는 무려 1083채를 소유하고 있다. 두 번째 집단은 집 없이 셋방을 떠도는 사람들이다.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인 점에서는 똑같지만, 보증금도 없이 월세나 사글세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내고 전세에 사는 사람도 있어 형편이 조금씩 다르다. 세 번째 집단은 지하방·옥탑방·비닐집 등 적절하지 못한 곳에 거주하는 극빈층이다.

1계급은 38만 가구(2%)로, 이들이 소유한 주택 한 채 또는 여러 채를 합친 가격이 매매가격 기준으로 7억5천만 원이 넘어 2007년 현재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15만 가구는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는데 그 가격이 7억5천만 원이 넘는다. 23만 가구는 두 채 이상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로 이들이 소유한 주택 수는 98만 채에 달한다.

2계급은 소유한 주택 가격이 7억5천만 원 이하의 사람들로 836만 가구(54%)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중 754만 가구는 1가구 1주택자(이면서 그 집에 거주)이고, 82만 가구는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 수는 380만 채로 가구당 4.6채씩 갖고 있다.

3계급은 자신 명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나 경제적 여력이 안 되거나, 직장 생활 또는 자녀 교육 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남의 집에서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다. 전체 가구의 4%(67만 가구)가 이런 ‘이중 인생’을 살고 있다.

4계급은 현재 전세나 월세에 사는 가구 중에서 보증금이 2005년 말 기준으로 5천만 원이 넘는 사람들로 전체 가구의 6%(95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5계급은 보증금 5천만 원이 안 되는 전·월세 또는 사글세 등 셋방에 사는 사람들로 전체 가구의 30%(481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 94만 가구는 3천만∼5천만 원의 보증금을, 140만 가구는 1천만∼3천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있고, 나머지 247만 가구는 보증금이 1천만 원 미만이거나 보증금이 없는 월세 또는 사글세 등을 떠돌고 있다. 보증금 유무와 상관없이 평균 월세는 21만 원, 사글세는 28만 원 수준이다.

6계급은 앞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처지가 더 딱한 사람들로 지하실·옥탑방·비닐촌·움막·동굴 등에 사는 68만 가구(4%)가 여기에 해당되며, 인구수로는 162만 명에 달한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지하방 거주 59만 가구의 경우 14%만 자가 소유고 전세 38%, 월세 및 사글세 46% 등 84%가 셋방에 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하우스 푸어는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 가운데서도 ‘실수요 목적으로 그리 비싸지 않은 집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빚을 떠안게 된 사람들’로 좁힐 경우 대체로 하층 중산층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부동산 6계급 가운데 5천만 원 이상 전·월세에 사는 4계급과 어딘가에 집을 사놓고 셋방에 사는 3계급, 그리고 자기 집에 사는 2계급 일부가 하층 중산층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하우스 푸어는 형편으로 보면 4계급인데, ‘집 없는 설움이 너무 뼈저리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 믿어’ 분에 넘치는 빚을 짊어지고 집을 샀기 때문에 더 이상 4계급이 아니라 3계급이나 2계급이 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집이 가격이 떨어질까

어쨌든 내 집이 있는 사람은 무주택자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은 다 같이 돈을 벌고, 집값이 떨어지면 다 손해를 보는 걸까? 어떤 집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손낙구

전문을 보시려면 클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 보기]

위 글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9월호에 실린 손낙구씨의 `집값 하락, 무탈하거나 행복해지는 당신'의 앞부분입니다. 노동운동가로 민주노총 대변인을 지낸 손씨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이용해 한국 부동산 보유 실태와 계급성에 관해 연구해 <부동산 계급사회>(2008),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2010)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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