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5년까지 지원키로…내년 예산 1조2천억 투입
주택기금 융자 출자전환 안해…LH “유동성해소 미흡”
주택기금 융자 출자전환 안해…LH “유동성해소 미흡”
빚더미에 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결국 나랏돈 3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등을 보면, 118조원(6월 말 현재)에 이르는 엘에이치의 빚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1조2000억원, 2015년까지 모두 3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이는 정부가 공기업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그동안 공기업 부채는 국가 부채가 아니라던 정부 주장이 궁색하게 됐다.
정부는 우선 엘에이치 재정 악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임대주택 건설사업과 관련해, 건설 단가를 현행 3.3㎡당 496만8000원에서 541만1000원으로 44만3000원(8.9%) 올려주기로 했다. 이러면 엘에이치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 출자 비율은 19.4%에서 25%로 높아지고 내년에 998억원, 2015년까지는 1조2000억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엘에이치는 최근 정부에 임대주택의 정부 출자 비율을 건설비의 19.4%에서 30%로 확대하고, 단가를 3.3㎡당 696만9000원으로 20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단가 차이 때문에 국민임대주택 한 가구(1억3000만원 기준)를 지을 때마다 금융부채가 9300만원씩 증가한다는 것을 이유로 댔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3.3㎡당 44만원 올려주는 데 그쳤다.
정부는 엘에이치 주주로서 받아온 배당금도 포기하기로 했다. 내년에 엘에이치가 정부에 줘야 할 배당금은 3000억원(잠정)에 이른다. 지난해엔 정부가 266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엘에이치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혁신도시 건설사업의 터 매입비 가운데 6100억원도 정부 재정으로 메우기로 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혁신도시는 엘에이치가 자체 자금으로 토지보상을 하고 개발한 뒤 이를 민간과 공공에 되팔아 수익을 내도록 돼 있지만 정부 소속 기관의 새 청사 터 매입비를 미리 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엘에이치는 현재 전국 혁신도시 10곳 가운데 9곳의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는 용산 주한미군기지 2단계 사업(1조2000억원) 역시 엘에이치가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떠맡아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2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엘에이치가 요구해온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의 출자전환 및 이자 인하, 상환 유예 등은 기금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지원 방안에서 제외했다. 재정부 쪽은 국고배당 면제, 혁신도시 터 조기 매입 등으로 3조3000억원 이상이 지원되면 엘에이치의 자금 조달 부담이 많이 해소돼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에이치 관계자는 “이 정도의 예산 지원으로는 단기 유동성 해소도 어렵다”며 “11월 중에 발표할 예정인 재무구조 개선 종합대책에는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의 출자전환 등 획기적인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엘에이치의 현재 빚은 118조원인데, 이 중 금융부채가 84조원에 이르러 하루 이자부담만 100억원이 넘는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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