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일지
‘월드건설 법정관리’로 본 건설업계 구조조정 2년
우림·풍림 등 자구노력 힘입어 올안 정상화 기대
경기침체 탓 주택사업 비중 높은 업체 어려움 커
우림·풍림 등 자구노력 힘입어 올안 정상화 기대
경기침체 탓 주택사업 비중 높은 업체 어려움 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중이던 월드건설이 8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에 다시 퇴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채권단의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술렁이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지난 2009년 1월 우림과 경남기업 등 11개 업체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3차에 걸쳐 모두 33개 건설사를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건설사는 채권단의 금융지원을 받으면서 힘겹게 자구노력을 이행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정상화 속도가 빨라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기대하는 곳도 있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2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이익을 내 ‘2년 연속 경상이익’이라는 워크아웃 졸업 조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매출은 6000억원, 수주는 64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풍림산업도 올 12월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인천 부평, 경기 용인 신갈 등에서 적극적인 주택 분양사업을 펴기로 했다. 하지만 풍림산업은 지난해 경영정상화 이행 계획에 따른 부실사업장 정산비용을 반영하는 바람에 매출은 소폭 증가했는데도 7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동문건설은 지난해 한강새도시, 별내새도시 등 3곳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물량을 수주해 어느 정도 매출 기반을 유지한 가운데 올해는 부산과 수원 등 전국적으로 5곳에서 3000여가구의 아파트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직원 180여명을 감원하는 등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며 “아직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빠르게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2009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계열사 지분을 비롯해 김포한강새도시 등 2685억원 상당의 보유 토지를 매각했다. 지난해에도 남양주 별내에너지 발전부분 등의 보유 지분을 팔았다. 지난해 6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벽산건설은 채권단과 특별약정으로 차입금 원금 상환을 2013년 12월 말까지 유예받았고, 추가 대출로 1200억원의 운전자금도 확보해 둔 상태다.
하지만 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유동성 압박도 심화되는 곳도 적지 않다. 남광토건은 주택 미분양 등으로 지난해 19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앙건설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99억원, 순손실 781억원을 기록하는 등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주택 건설경기 침체에다 은행권의 신규 자금 지원도 거의 없어 사실상 영업행위는 정지된 상태”라며 “법정관리라는 결과는 정해졌으나 시간 싸움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택사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큰 건설업체들은 새 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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