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시장, 소형 ‘인기’ 대형 ‘찬밥’ 뚜렷

최근 수도권 아파트 청약률 현황

소형 경쟁률 중대형 압도
실수요 많은 84㎡도 밀려
쏠림현상 가속화 가능성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갈수록 중소형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반면 중대형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가운데서도 특히 60㎡ 미만 소형에 실수요자가 더 몰리면서 청약률이 치솟고 있다.

4일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 3일 청약예금 등 가입자를 대상으로 1순위 청약을 받은 송도국제도시 ‘더샵 그린스퀘어’ 아파트에서 ‘소형 인기’, ‘중대형 저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더샵 그린스퀘어는 일반공급 전체 1492가구 모집에 1순위자 1390명이 지원해 평균 0.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주택 크기별로는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장 작은 전용면적 64㎡형은 37가구 모집에 612명이 몰려 16.54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전체 1순위 청약자의 절반 가까이가 가장 작은 주택형에 몰린 셈이다.

이에 반해 가장 큰 주택형인 125㎡형 81가구에는 23명만 청약해 0.28대 1의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전통적으로 수요층이 많은 방 3개의 84㎡(34평형)도 738가구에 491명이 청약하는데 그쳤다.

이런 청약 결과에 대해 송도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다소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송도국제도시에 처음 나오는 64㎡형의 인기는 어느정도 예견됐지만 ‘청약 쏠림’ 현상이 이 정도로 심할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송도국제도시내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로 볼 때 중대형의 일부 미달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64㎡형의 등장으로 실수요자가 많은 84㎡형이 밀려난 것은 뜻밖”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형의 청약 경쟁률이 중대형을 압도하는 현상은 앞서 지난달 경기 김포한강새도시 동시분양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2차’ 59㎡A형은 1~3순위 청약에서 4.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동시분양 아파트 가운데 최고 경쟁률을 보였고, 다른 건설사의 중대형은 3순위 미달 가구가 많았다. 또 지난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서울 ‘래미안송파 파인탑’도 가장 작은 전용 53㎡형이 29.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로 인해 서민·중산층의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과도한 가계부채마저 줄어들지 않는 한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중소형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도 높은 이익만 좇아 중대형 공급에 치중하다 미분양의 수렁에 빠지기보다는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정부의 지난 ‘5·1 대책’에 따라 이미 사업승인을 마친 주택사업장도 대형을 중소형으로 설계변경하는 게 가능해진 만큼 건설사들의 창의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