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28일 오후 각종 전월세물 시세판이 붙어 있다. 최근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 매물만 넘쳐나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언론이 아무리 때려도 전세 대책은 내놓을 게 없어요.”
‘10·30 전월세 대책’(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이 나온 뒤 ‘월세 대책만 내놓고 전세 대책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 관리가 털어놓은 말이다. 실제로 10·30 대책은 전셋값 폭등 현상 때문에 나온 것이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월세 주택인 각종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서민층의 월세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이 뼈대다.
정부가 전세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전셋값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전월세 인상 상한제나 계약기간 연장, 계약 갱신 청구권 부여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제도들은 전셋값 상승기인 현재 도입되면 오히려 전셋값 급등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는 점 때문에 정부가 쉽게 선택하기 힘들다. 많은 임대인들이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전셋값을 크게 올린 새 계약을 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으로 전세 대출의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은행의 조사를 보면, 지난 10월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3억1341만원이다. 3억원 이상의 주택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정부가 대출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정부가 고액 전세를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누가 전셋값 상승으로 고통받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실제로 전세 임차인들의 상당수가 중산층이어서 정부의 지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을 막을 또다른 방법은 기준금리를 높여 현재 2% 초반대인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의 낮은 예금 금리를 전셋값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금리를 높이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는 전 경제영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전세 문제 하나만 고려해 올리기는 힘들다. 또 정부 주택정책의 기본 방향인 ‘대출 금리를 내려 주택 매매를 활성화하고 전세 문제를 풀겠다’는 것과도 반대 흐름이어서 선택하기에 쉽지 않은 방안이다.
세종/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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