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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월세 93만~122만원 이를 듯…‘중대형 임대아파트’ 중산층 끌어들일까

등록 2015-01-13 20:49수정 2015-01-13 22:56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서울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서울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경제 부처 업무 보고] 정부 ‘기업형 임대주택’ 따져보니
“도심은 선호되겠지만 서울 외곽에선 모집 쉽지 않을 것”
무주택 서민에게 우선 공급 등 공공성 보완 장치도 필요
정부가 13일 내놓은 ‘기업형 주택 임대사업 육성 방안’은 민간 사업자들이 장기임대주택을 많이 짓도록 유도해 중산층의 주거불안을 해소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주택임대시장이 저금리, 집값 상승에 대한 낮은 기대감 등으로 빠르게 전세에서 월세 시장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품질 좋은 임대주택 시장을 키우고 선진화하는 게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에 관한 법률’(민간임대법)을 다음달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규제, 택지, 세제, 자금, 사업기반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사업성을 판단해 분양으로 전환하거나 계속 임대를 주는 것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사업자가 원하는 임차인을 자유롭게 모집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의무기간과 연 5% 임대료 상승률 제한은 두기로 했다.

정부는 기존 임대주택 유형에 기업형 임대주택을 추가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민간 임대주택 제도의 개편을 시도했다. 우선 임대의무기간과 사업 방식에 따라 5년·10년 민간건설 공공임대, 5년 민간건설 일반임대 등 복잡했던 임대주택 기준을 기업형 임대와 일반형 임대로 단순화했다. 기업형 임대는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을 300가구(건설임대) 혹은 100가구(매입임대) 이상 임대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뉴 스테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도 마련했다.

지금까지 민간의 대규모 임대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규모는 중소형에 품질은 떨어지기 일쑤였고 입주자는 주로 무주택 서민이었다. 이에 반해 기업형 임대는 중산층을 입주자로 하면서 품질을 높이는 대신 임대료는 시장가격에 맡기는 게 큰 차이점이다.

이번 방안은 ‘빚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로만 일관했던 정부의 그동안 부동산대책에서 한걸음 나아가 ‘안정적인 8년짜리 월세주택’ 공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기업형 임대주택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진단이다.

먼저 대형 건설사가 짓고 유명 브랜드가 붙는다 해도 월세 93만~122만원가량(서울·수도권 보증금 없는 순수월세 기준)을 내는 임대주택으로 중산층이 선뜻 이동할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교육여건과 교통, 생활편의 등이 양호한 도심지 재개발·재건축 단지 안에 섞여 나오는 물량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겠지만 서울 외곽지역의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는 입주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뉴 스테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분양 아파트와 다른 임대주택 단지라는 점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방식도 소비자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에 각종 세제·금융·택지 공급상 혜택을 주는 데 반해 공공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업자의 기회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차인 모집 절차를 기업의 자율에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공적 지원을 해준 임대주택이라면 무주택 서민들에게 중소형 일부 물량은 우선 공급하는 등 최소한의 공공성은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지 않으면 고소득층을 겨냥한 초고가 임대아파트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임대아파트는 필요하지만 한 단지 안에 다양한 주택형과 계층이 공존할 수 있도록 이른바 ‘소셜믹스’(사회적 혼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연간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제한한 것은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최소 임대의무기간 8년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임차인이 원하는 경우 재계약을 청구할 권리)을 4회 보장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민간임대법이 국회에 상정되는 다음달에는 야당이 비제도권 임대시장에서 주거불안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뼈대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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