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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거지’ 양산”… 차별 재생산하는 국회의원들, 이래도 되나요

등록 2020-11-30 18:17수정 2020-12-01 02:31

국회 국토위에서 쏟아지는 주거 관련 차별 발언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 특위 위원장이다. 공동취재사진단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 특위 위원장이다. 공동취재사진단

‘호텔거지’, ‘빌라 말고 아파트’…. 온라인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주거 관련 차별과 비하 발언이 주거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 입을 통해서 재생산되고 있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 정책이 호텔거지를 양산했다”고 쓴 한 대자보를 인용하며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을 비판했다. ‘호텔거지’는 지난 19일 정부 전세 대책에 포함된 호텔 리모델링을 통한 청년 1인가구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롱하는 말이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옛 베니키아 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 임대주택이 올해 입주한 뒤 바닥 난방이 안 되고 주방 시설이 부족한 문제 등이 드러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멸칭이 임대주택의 주거환경을 비판하기보다 임대주택 임차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윤성노 전국세입자협회 사무국장은 “만날 임대주택 임차인을 거지라고 차별하는 대중의 말을 정치인들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씁쓸하다”며 “호텔 리모델링을 잘만 하면 청년 1인가구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광희 서울시혼합주택임차인연합회장은 “임대주택 임차인들을 거지를 넘어서 자존감조차 없는 존재로 보는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라며 “월세도 내고 관리비도 똑같이 내는데 ‘거지’라는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에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아파트 대신 공기가 비교적 짧은 다세대주택 등 ‘빌라’를 공공전세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전세 대책에 대해 ‘왜 아파트가 없냐’며 딴지를 거는 것도 아파트와 빌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깔려 있다. 이날도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 대책에 중형 아파트 공급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빌라가 아파트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그동안 저층 주거지의 주거 품질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없어서 빌라 세입자들의 주거권이 침해당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국회라면 아파트든 빌라든 적정한 주거 품질이 보장되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를 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전세난민이라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호텔거지까지, 난민이나 홈리스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적 용어가 국회에서 버젓이 통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임차인 걱정을 하면서 오히려 임차인들의 아픔을 자극하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임차인의 고통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 없기 때문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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