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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지옥고 담론’이 ‘영끌 담론’으로 넘어간 여론 지형 매우 암울”

등록 :2020-12-02 06:59수정 :2020-12-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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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주거 약자 대변하는드문주택 전문가이자 통계 전문가

수억 자산, 1억 소득 있거나 증여·상속 받아야 ‘영끌’ 가능
‘호텔 개조 임대’ 조롱은 ‘청년 원룸’ 반대와 다르지 않아
통계상 의미 없는 극단적 사례 내세워 ‘임대차 3법’ 공격


빚내서 집 사고 전세 구하게 하는 ‘주택의 금융화’가 문제
인구·가구통계 근거한 전망으론 집값 계속 오르기 어려워
‘임차인 부담-임대인 이익’ 차이 없는 점유 중립성정책을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요즘만큼이나 임차인에 대해 정치권과 주류언론의 근심 어린 관심과 환대가 열렬히 표출되던 때가 전에도 있었던가 싶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국회 연설을 할 때만 해도 그것이 하나의 징후일 거라고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윤 의원은 자신의 실존을 기꺼이 사회적 약자와 동일시함으로써 모든 임차인을 같은 신분으로 통약하는 데 각별히 공을 들인 듯했고, 초기 주류언론의 반응은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무척 뜨거웠다.

그러나 임차인은 절대 단일한 집단이 될 수 없다고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역설한다. 정치권과 주류언론이 모든 임차인을 단일 집단으로 보이게 하려는 데는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의 모진 이해가 깊이 반영돼 있다고 했다. 그의 진단은 다분히 통계에 입각해 있었다. 물론 임대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도 통계를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을 들추는 통계가 있는가 하면 은폐하는 통계도 있다. 은폐용 통계의 쓰임새는 부적과 다르지 않아, 꾸밈새도 현란하다.

모름지기 부동산 전문가라면 주거 약자를 대변할 거라는 상식적 믿음과 달리, 현실에서 그런 전문가는 ‘희귀종’이다. 최 소장은 단연 희귀종이다. 통계청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뒤늦게 시민사회 연구자로 변신한 통계 전문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거 약자를 향한 전례 없는 근심과 환대 뒤에 숨은 통계 형식의 주술에 관해, 지난 30일 최 소장을 만나 통계적으로 소상히 들어봤다.

―윤희숙 의원 연설을 보면서, 임차인 전체가 과연 동일 집단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임차인도 천차만별이다. 윤 의원은 1가구 2주택이었다가 총선 출마를 위해 아파트 한채를 팔아 서울 서초구에 전세를 얻고, 성북구 아파트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전세는 매우 이중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수도권에도 전세보증금이 3천만~4천만원 하는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이 있다. 주거 여건은 열악하지만, 그 정도 목돈만 있고 월세 낼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이 그나마 주거권을 잃지 않고 산다. 반면 비싼 전세는 보증금 20억원짜리도 있다. 언론은 앞의 사례는 보여주지 않고 뒤의 사례만 보여준다. 종부세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기준으로 설명하듯이. 통계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극단적 사례를 과대 대표시켜 임대차 3법을 공격하고, 종부세법을 공격하는 것이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대란’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자리 잡았다. 얼마나 근거가 있다고 보나?

“지난 20년 동안 전체 가구 중 전세 비율이 30%에서 15%로 반 토막 났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 ‘월세 시대가 도래했다’는 선언이 있었다. 그때보다 지금이 얼마나 더 전세 구하기가 힘들어졌는지는 통계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구조적인 변화를 도외시한 주장은 본질을 비켜가기 마련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놨던 ‘빚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는 ‘빚내서 전세 구하라’는 메시지와 서로 맞물려 있다.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의 80%까지 늘려줬고, 대출을 통한 매입과 대출을 통한 전세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집값과 전셋값이 빚으로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전세대출 한도를 줄였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왜 임대차 3법이 모든 주택 문제의 원흉이 된 건가?

“윤희숙 의원은 연설 말미에 ‘왜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입법을 밀어붙였느냐’고 했다. 10년 넘게 논의해온 건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임대차 3법은 단순히 임차인의 권리만 강화하는 법이 아니다. 약탈적으로 집을 사서 전세보증금 함부로 올리고 다시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고리를 차단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임대차 3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짧은 기간임에도 전세 갱신율이 8%포인트 올랐다. 지금 가장 중시해야 할 매우 중요한 통계 수치다. 지금 은마아파트는 계약 갱신권을 청구하면 4억원 초반대에 갱신한다. 신규 계약은 6억원대다. 갭투기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을 공격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주거 약자를 걱정합네 하면서 ‘호텔 거지’나 ‘연립에 살라는 말이냐’같이 주거 약자를 낙인찍는 말이라도 부디 삼갔으면 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처지와 다르게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 아닌가.

“언론에서 분양권을 로또라고 공공연히 부르는 사회다. ‘주택가격 주간 동향’이 매주 발표되고, ‘주택가격 소비자 전망지수’는 매달 발표된다. 서울 강남에서 가장 단지가 큰 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은마아파트도 한달 동안 거래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이런 통계가 매주 나오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런 식으로 국민을 과몰입 상태로 밀어넣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난 임차인들이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고 본다. 서울은 세입자와 자가 보유자 비율이 6 대 4인 세입자의 도시다. 전국 평균인 4 대 6과 정반대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진영이 선거에서 지속해서 이기고 있는 건 세입자들이 정체성 투표를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 원인은 뭐라고 보나?

“언론 탓이 매우 크다. 정부가 24번째 정책까지 잘못 폈다고 조롱하고 있지만, 사실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2017년 8·2대책 때부터 “어차피 실패한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실패하라고 굿을 한 거나 다름없다. 그렇게 사람들 의식의 저변에 자기 예언적인 주술을 주입했다. 주택 문제는 수십년 쌓인 문제라 해결이 무척 어렵다. 처음부터 약한 고리로 삼아 물고 늘어졌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주하며 공격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올라도 떨어져도 비판할 수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구소 건물 옥상에서 도심을 배경으로 서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구소 건물 옥상에서 도심을 배경으로 서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언론은 왜 그러나?

“언론은 개발동맹의 일원이면서 대변자다. 기업, 부동산 관련 세력뿐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 관료까지 강고한 개발동맹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나, 기존 질서에서 조금만 벗어나려고 해도 좌시하지 않았다. 두 정부 모두 대단한 개혁 정책을 추진한 것도 아니고 정상화를 시도하는 정도였는데도 그렇다. 공시가격 현실화도 상식에 다가가는 합리적인 정책인데, 그 난리를 치지 않나.”

―그렇다면 오히려 더 강력한 개혁으로 돌파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정치적인 고려로 망설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주택 문제는 매우 많은 사람의 이해가 달린 민감한 문제다. 투기를 막기 위해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도 제한적으로 시도돼왔다. 여기서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더러 책임지라고 하는데, 정작 책임져야 할 곳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다. 금리를 이렇게 내려 놓고 주택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은 총재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면서 “주택가격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말이 되는 소린가. 레일라니 파르하 전 유엔 인권이사회 적정주거 특별보고관은 “주택과 관련한 의사 결정은 관련 부처 고위급이 모여 숙의한 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도 주택 정책을 결정할 때면 관계 부처 합동회의 같은 형식을 거치지만, 금리는 주택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성장 관점에서 결정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저금리를 근거로 한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그런데 사실 전문가는 예지력이 없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건 가령 이런 숫자 정도다. 1970년생은 100만명인데, 2020년생은 30만명도 채 되지 않을 거다. 이것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장기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랍시고 아무 데이터도 없이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고 장담을 한다. 초저금리가 영원할 것 같은가. 지금 금리는 대단히 예외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누구보다 객관적 예측을 중시해야 할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 장밋빛 전망이 훨씬 강하다. 빚내서 집 사고 전세 구하게 하는 이른바 ‘주택의 금융화’에서 금융자본이 최대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2030세대의 ‘영끌’이 화제다.

“첫째, 20대와 30대는 생애주기상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집단이다. 그들을 하나로 묶는 주거 정책은 난센스다. 20대의 보편적인 주거는 월세다. 반면 30대는 결혼도 하고, 전세 또는 자가가 주가 되는 세대다. 원래 30대와 40대, 50대가 집을 가장 많이 샀다. 설령 30대의 비중이 조금 올라갔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신혼부부가 최초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이 얼마인 줄 아나? (월급을 평생 모아도 살까 말까 한 것 아닌가?) 2019년 주거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평균 1.7년밖에 안 걸린다. 전체 신혼부부 가운데 집을 산 약 50% 정도를 놓고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것이 보여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그만큼 심화됐다는 것이다. 누구는 일찌감치 집을 사고 어느 누구는 영영 못 산다. ‘영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몇억원의 자산이 있어야 하고, 부부 합산 연간 소득이 1억원 가까이 돼야 한다. 아니면 증여나 상속을 받은 경우다.”

―그런데 언론은 왜 2030을 그토록 중시하는 걸까?

“그들을 호명하는 이유는 그들이 주택을 넘겨받아야 가격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리한 전략이기는 하나, 중요한 현실을 가리고 있다. ‘영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절반 이상의 청년들 말이다.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담론에서 ‘영끌’ 담론으로 넘어간 여론 지형은 매우 암울하다.”

―‘영끌’ 하지 않은 청년들의 주거 사정은 어떤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는데 서울만 96%다. 약 16만가구에 해당한다. 그들이 바로 고시원이나 대학가 원룸같이 불법 쪼개기를 한 방에서 사는 가구다. 이들이야말로 제대로 보호해야 하고, 모든 정책을 쏟아부어야 할 대상이다. 호텔을 개조해서 싸게 임대하겠다는 정책을 조롱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청년 원룸 주택이나 대학 기숙사 설립을 반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얘기를 하나로 아우르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점유 중립성’ 개념이 주거 정책의 핵심이 되게 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매우 중시하는 개념이다. 임차로 살든 자가로 살든 주거의 비용과 이익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임차인의 임차료 부담액과 임대인의 세금 부담액에 별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는 소유권이 주거권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임차인은 약탈당하고 임대인은 불로소득 올리는 걸 당연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꾸게 하는 데도 임대차 3법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임차인부터 권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

―앞서 얘기대로라면 전문가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인데, 그래도 끝으로 물어보자. 앞으로 집값과 전셋값은 어떻게 될 걸로 보나?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인구·가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혼부부가 한해 20만가구를 밑도는데 한해 주택 신규 공급은 40만채를 넘는다. 그래서 개발동맹이 더 열을 내는지도 모른다. 임대차 3법과 강화된 종부세·보유세가 발효되는 새해부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갭투기를 한 법인이나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잘하면 이번 정부 임기 안에 2017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여러 조건으로 보면, 이른 시일 안에 거품 붕괴는 오기 어렵다. 그러나 대비를 해야 한다. 출산율 감소 추이 등을 볼 때, 일단 터지면 일본의 거품 붕괴보다 훨씬 재앙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실상 사금융인 전세보증금의 안정화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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