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지난 7월 임직원 3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확대됐으나 절반 이상은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인 중소기업들은 숙련공들이 임금 감소를 이유로 이탈하는데 따른 인력 부족과 기술력 하락 고민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9월29일부터 3일 동안 5~299인 중소기업 414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실태 및 제도 개선 의견’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4.1%가 ‘주 52시간제 시행이 여전히 어렵다’고 응답했다고 14일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어렵다는 응답은 제조업 쪽이 64.8%로 비제조업(35.9%)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시행이 어렵다는 말은 사실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면서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52.2%(복수 응답)가 ‘구인 난’을 꼽았고, 51.3%는 ‘사전 주문 예측이 어려워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움’, 50.9%는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들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인 곳 중 ‘당초 근로시간이 주 52시간 이내’라고 밝힌 35.0%를 제외한 기업들은 ‘탄력근로와 선택근로 등 유연근무제 도입’(30.7%), ‘추가인력 채용’(18.6%), ‘사전 근로계획 수립이 어려워 특별연장근로 인가제 활용’(17.1%),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16.8%)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5~29인 기업 가운데 40.9%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으로 대응한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주 60시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양 실장은 “30인 미만 기업 대다수는 아직도 주 52시간를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2022년 말 폐지된다.
중소기업들이 꼽은 ‘주 52시간 근무제 현장 안착을 위해 필요한 법·제도 개선사항’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35.0%가 ‘특별연장근로기간(고용노동부 장관 허가를 받아 근로시간 연장) 확대 및 사후 인가 절차 완화’를 요구했고, 32.4%는 ‘노사합의 기반 월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과 ‘탄력근로제 사전근로계획 수립 및 변경방식 등 요건·절차 완화’, 31.4%는 ‘추가연장근로제 기한(연장 시행) 및 대상(30인 미만을 50인 미만으로) 확대’를 바랐다.
중기중앙회가 이와 별도로 지난 9월1일부터 15일 동안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1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주 52시간 근무제 근로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근로자 76.0%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96.9%(중복 응답)가 ‘잔업 감소로 임금이 줄어들어 생계에 부정적인 영향’, 43.1%는 ‘추가 채용 어려워 기존인력 노동강도 심화’, 40.8%는 ‘연장수당 감소 보전을 위한 투잡 생활로 이전보다 워라밸 악화’를 각각 우선적으로 꼽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91.8%가 ‘임금이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응답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폭은 월평균 65만8천원으로 분석됐다. 이들 가운데 71.3%(복수 응답)는 임금 감소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어 줄어든 소득 감수’, 40.8%는 ‘업무 외 시간 활용해 투잡 생활’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금형·주물·용접·단조·표면처리·열처리 같은 뿌리 업종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경쟁력을 약화한다고 아우성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연장근로 수당이 사라지면서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주려면 임금을 올려야 하는데, 뿌리업종은 중국·베트남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라 그럴 수 없다. 숙련공들이 택배기사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인력 부족과 기술력 하락 사태를 동시에 맞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