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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기·스타트업

못난이 농산물 구출, 성공적… 농가 살리고 채소 두렵지 않아

등록 2022-09-01 11:00수정 2022-09-02 02:49

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어글리어스’
제각기 사연 탓 버려질뻔한 농산물 ‘구출’해 식탁으로
보관법·조리법 담은 레시피 노트 덕 “요리 초보 탈출”
길쭉하지 않고 통통한 가지, 울퉁불퉁한 당근, 겉면에 상처가 난 표고버섯, 너무 작거나 큰 양파 등. 어글리어스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농가에서 버려질뻔한 ‘못난이 채소’들로 꾸러미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정기 배송해 준다. 어글리어스 제공
길쭉하지 않고 통통한 가지, 울퉁불퉁한 당근, 겉면에 상처가 난 표고버섯, 너무 작거나 큰 양파 등. 어글리어스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농가에서 버려질뻔한 ‘못난이 채소’들로 꾸러미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정기 배송해 준다. 어글리어스 제공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라이트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이번 주 채소박스 배송이 완료됐습니다.”

지난 26일 금요일 새벽 5시40분, 스마트폰 알림과 동시에 현관문 밖에서 ‘툭’ 소리가 났다. 문을 여니 ‘못생겨도 괜찮아’라고 적힌 종이 상자가 놓여 있다. 상자 안엔 종이와 생분해 비닐 등으로 싼 감자와 토마토,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샐러리, 마늘, 양파, 오이 등 채소가 한가득이다. 품목별 설명과 보관법, 보관 기간, 추천 요리 레시피 등을 적은 ‘레시피 노트’도 함께 들어 있다.

매주 구출한 못난이 채소의 사연과 보관법, 보관 기간, 추천 요리 레시피 등을 적은 ‘레시피 노트’(가운데)가 함께 배송된다. 어글리어스 제공
매주 구출한 못난이 채소의 사연과 보관법, 보관 기간, 추천 요리 레시피 등을 적은 ‘레시피 노트’(가운데)가 함께 배송된다. 어글리어스 제공

못난이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 ‘어글리어스’는 2021년 7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갓이 크거나 작게 피었고 모양이 개성있는” 광주 출신 표고버섯, “서로 치여 멍이 조금 든” 서산 출신 양파 등. 저마다 사연 때문에 소비자를 만나지 못하고 버려질뻔한 채소들을 산지에서 직접 ‘구출’해, 1∼2인 가구용 스탠다드 박스(회당 1만5500원)와 3∼4인 가구용 점보 박스(회당 2만5천원)에 담아 매주 금요일 새벽 집 앞까지 배송한다.

생활 패턴에 따라 한 번에 배송받을 채소의 양과 배송 주기, 제외할 채소를 선택할 수 있다. 어글리어스 누리집 갈무리
생활 패턴에 따라 한 번에 배송받을 채소의 양과 배송 주기, 제외할 채소를 선택할 수 있다. 어글리어스 누리집 갈무리

기자는 2020년 10월 어글리어스가 시범 서비스를 내놨을 때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2주에 한번씩 구독해 왔다. 막 혼자 살기 시작해, 스스로 요리를 해 먹은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다음 채소 박스가 배송될 때까지 남아서 버리는 채소가 없으려면 부지런히 ‘냉털’(냉장고 털어 먹기)을 해야 했다. 덕분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식이 어려워진 시기에도 배달음식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식사를 챙기는 습관을 들였다.

초보도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함께 들어있으니 콜라비, 근대, 아욱처럼 혼자 장을 봤다면 집어들 일이 없었을 낯선 채소도 두렵지 않았다. ‘이 채소에선 이런 맛이 나는구나, 그동안 왜 사 먹어 볼 생각을 못 했지?’ 느끼는 날이 많았다.

2020년 10월 어글리어스를 통해 구입한 ‘못난이’ 콜라비와 양파, 오이 등을 이용해 피클을 담궜다. 정인선 기자
2020년 10월 어글리어스를 통해 구입한 ‘못난이’ 콜라비와 양파, 오이 등을 이용해 피클을 담궜다. 정인선 기자

서비스 출시 이후 8월 말 현재까지 총 1만8천명(누적)이 어글리어스의 못난이 농산물 꾸러미를 받아봤다. 한 번 채소박스를 받아본 뒤 두 번 세 번 구독을 이어가는 충성 고객 비중이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이들이 ‘구출’한 채소는 총 25만9198㎏, 절감한 탄소배출량은 15만4972㎏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매출의 3배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어글리어스 누리집 갈무리
어글리어스 누리집 갈무리

어글리어스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탈 ‘스프링캠프’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은 시리즈 에이(A) 라운드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양승희 스프링캠프 투자팀장은 “별다른 광고나 후기 이벤트 없이도 충성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며 매출이 빠르게 느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어글리어스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못난이 채소 활용법을 직접 공유하는 ‘레시피’, ‘식단 일기’ 등 메뉴를 누리집에 새로 만들었다. 다른 집 식탁을 구경하고 참고삼는 재미가 늘었다.

어글리어스 누리집에 이용자들이 못난이 채소 레시피를 공유해 뒀다. 어글리어스 누리집 갈무리
어글리어스 누리집에 이용자들이 못난이 채소 레시피를 공유해 뒀다. 어글리어스 누리집 갈무리

못난이 농산물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0%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적 있다고 답했다. 구매한 적 없다고 답한 이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뒤 다시 물으니 65%가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어글리어스는 지난해 6월 채소박스에 담지 못한 못난이 채소와 과일을 단품으로 판매하는 ‘못난이 상점’ 서비스를 선보였다. 요리 할 시간을 규칙적으로 낼 수 없는 소비자도 채소·과일을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최현주 어글리어스 대표는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못난이 농산물 유통 산업뿐 아니라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 제조 산업도 이미 활성화돼 있다”며 “못난이 채소와 과일을 활용한 간편식과 가공식품으로 서비스 영역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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