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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기·스타트업

얼어붙은 스타트업…돈줄도 근무 의욕도 모두 ‘꽁꽁’

등록 2022-11-22 15:45수정 2022-11-22 16:08

국내 스타트업 절반 “올해 투자 유치 계획 바꿨다”
시리즈A 이상 투자 유치 기업 ‘체감 한파’ 가장 심해
비용 절감·흑자 사업 위주 재편·채용 축소 등 고육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스타트업 두 곳 중 한 곳 꼴로 투자 유치 계획을 예정보다 앞당기거나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에 나서거나 흑자 서비스 위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하고, 신규 채용을 줄인 경우도 많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이런 내용을 담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 보고서를 22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지난 9월19일부터 23일까지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와 대기업·스타트업 재직자, 취업준비생 등 총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설문에 참여한 스타트업 창업자 200명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를 100점 만점에 53.7점으로 평가했다. 창업자들은 특히 경기가 나빠지면서 투자가 줄고, 기업 가치 평가액이 낮아진 점을 부정적 평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창업자 열명 중 여덟명(82%)은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위축됐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 절반 가량(52%)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투자 유치가 지난해보다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벤처 투자 시장이 단순히 어려워진 것을 넘어 ‘혹한기’를 맞았다고 느끼는 창업자도 69%에 달했다. 투자 단계별로는 시리즈 에이(A) 단계 투자를 이미 유치한 창업자의 79.3%가 혹한기를 체감한다고 답해, 경기 부진 여파를 가장 정면에서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투자는 보통 초기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시드(씨앗) 투자와 시장 진입 단계인 시리즈 에이 투자, 이후 사업 영역 및 시장 확장을 위한 시리즈 비(B) 투자 등 단계로 나뉜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시리즈 에이 단계 기업의 경우 더 이상 ‘준비생’이 아니다 보니 시장에서 성과를 본격적으로 입증해야 다음 단계(시리즈 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이에 비용 절감이나 사업 확장 등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2%가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지난해보다 위축됐다고 답했다. 54.5%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투자 유치가 지난해보다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이 벤처 투자 시장 혹한기를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특히 투자 유치를 위해 적절한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인정받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직전 투자 유치 시 평가받은 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기업 가치가 깎인 사례도 최근 여럿 목격된다 ”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스타트업 투자 붐이 일면서 시장 가격과 기업의 실제 가치 사이 간극이 크게 벌어진 기업일수록, 최근 간극이 줄어드는 데 따라 느끼는 어려움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혹한기 대비책을 세우거나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자의 절반 가량(49.5%)은 원래 준비하던 투자 유치 계획을 올해 들어 앞당기거나 미뤘다고 답했다. 특히 시리즈 에이 단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나중으로 미룬 경우가 43%로 다른 곳들에 비해 많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경영 비용을 줄이거나(52.0%), 흑자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고(48.5%), 매출 다각화 전략을 마련(41.5%)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27%), 기업 매각·인수합병을 추진 중(17%)이라고 밝힌 곳도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비용 절감, 흑자 사업 집중, 투자 유치 계획 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 혹한기에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시장 전망도 밝지 않았다. 스타트업 재직자 열명 중 여섯명(58%) 꼴로 지난해보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또 열명 중 네명(40%)은 벤처 투자 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든 이후 스타트업에 계속 다닐지 여부를 부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기업 재직자 가운데 54%도 같은 이유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부정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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