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재추진돼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깔려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납품단가 연동제 의무화를 규정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부터 꾸준히 논의됐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 논리에 막혀 미결 숙제로 남아 있던 터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여야 모두 당론으로 밀었던 사안이라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공포 후 9개월 뒤부터 시행하고,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해, 본격 시행은 2024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 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납품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에는 무조건 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예외 조항을 두어 납품대금 1억원 이하 계약, 계약 기간 90일 이내 단기계약, 계약 쌍방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예외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보완책으로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연동제를 회피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위탁기업에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한 재계 쪽은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법제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확대·개선하는 방식으로 자율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전날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어 “기업 간 거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연동제 법제화를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올해 9월부터 361개 대·중소기업 자율참여로 이뤄지고 있는 시범사업 종료 뒤 효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법제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들은 “법제화로 인해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계약은 당사자 자율에 맡겨야 하고 법률로 강제하는 경우 거래 질서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외국 입법례에서도 계약을 법으로 강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