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에 견줘 1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투자 감소세는 2012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9일 내놓은 ‘2022년 벤처투자 동향’을 보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11.9% 감소한 6조7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기부 집계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유럽 재정위기’ 시절인 2012년(2.2% 감소 1조2333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는 26.9%까지 줄어든 적도 있다. 여기서 벤처투자는 중기부 소관 벤처투자조합 투자금액과 창업투자회사 직접 투자금액을 합친 것을 말한다. 벤처투자 집계·관리는 1987년부터 시작했으며 전산화한 것은 2007년부터였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위축세에 대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복합위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분기별 투자 동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해 1분기 투자는 2조22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5% 늘었으며 2분기(1.4%)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3분기, 4분기에는 각각 38.6%, 43.9%나 줄었다. 중기부는 “시장경색 이전에 검토하던 투자 건들이 상반기에 집행된 반면 3분기 들어 고물가, 고금리가 벤처투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벤처투자를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등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의 70.5%가 몰렸다. 정보통신기술 업종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아 2조3518억원에 이르렀다. 전년보다는 3.2% 줄어든 수준이다. 바이오·의료에 대한 투자(1조1058억원)는 전년에 견줘 34.1% 줄었다.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영향으로 분석됐다. 영상·공연·음반 업종 투자는 4604억원으로 10.6% 늘었다. 케이(K)-팝이나 케이-드라마의 세계적 유행에 힘입은 엔터·영상콘텐츠 분야의 호조,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영화관람 회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중기부는 밝혔다.
업력별로는 3년 이하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업력 3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보다 7.8% 늘어난 2조50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창업 ‘중기’(업력 3~7년)와 ‘후기’(업력 7년 초과) 기업 투자는 각각 2조7305억원, 2조285억원으로 21.6%, 13.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부는 “2022년 벤처투자가 줄기는 했으나, 역대 최대였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에 비해 감소 폭은 작아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이스라엘의 2022년 벤처투자 감소 폭은 각각 30.9%, 40.7%였다고 중기부는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펀드 결성이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어 실물경제 지표가 안정되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는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