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끊기는 등 투자 시장 ‘혹한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여전히 성장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달아 주식시장 상장 계획을 알리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수년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9일 발표한 국내 스타트업 259개사 대상 ‘2023년 스타트업 애로 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스타트업 10곳 중 4곳은 지난해보다 ‘경영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난이 계속되는 이유로 스타트업 업계는 내수시장 부진(60.6%), 스타트업 투자환경 악화(37.5%), 물가·금리·환율의 ‘3고 현상’ 지속(37.5%) 등을 꼽았다. 지난해보다 여건이 나아졌다는 답변은 14.6%에 불과했다. 또한 스타트업 업계는 ‘성장 걸림돌’로 자금 조달(41%),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38%), 인력 부족(22%) 등을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공간공유 스타트업 ㄱ사 대표는 “코로나로 매출이 급감해 회사 운영이 힘들었는데 이후 매출이 반짝 회복했음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누적 적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정직원 5명을 모두 내보내고 아르바이트생 1명만 쓰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업종 변경까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 투자세가 대폭 꺾인 이후 회복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장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매출이 나오거나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은 계획대로 투자를 받는 편으로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편이지만, 한창 투자금이 많이 들어왔던 2020년, 2021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투자 혹한기가 지속하는 중”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최근 5년간 벤처투자 현황을 보면, 2021년 7조6802억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투자 금액은 지난해 6조7640억원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도 4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42%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스타트업 업계는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투자 활성화’(44.0%)를 꼽았다. 이어 대·중견기업-스타트업 간 ‘판로 연계’(33.6%), ‘신산업 분야 규제 해소’(20.1%), ‘대·중견기업-스타트업 간 기술 교류’(12.7%)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정책적 대응에 최대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 대책’을 내놓고 내수 시장에 머물러 있었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전세계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코리아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진출 기업을 지원하고 현재 9조원 규모인 ‘글로벌펀드’를 내년까지 1조원 늘려 해외 벤처캐피털(VC)의 국내 투자 유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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