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위쿡'을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위쿡 사직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중구 을지로의 ‘훅트포케’는 생선회에 밥, 샐러드를 곁들인 하와이 음식 ‘포케’ 전문점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곳의 대표 메뉴는 귀리 현미밥을 기초로 하는 샐러드다. 애초 현미밥을 내세우려 했지만, 귀리 등 슈퍼푸드가 인기라는 의견을 반영해 메뉴판을 수정했다. 요즘 이곳을 찾는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이 메뉴를 선택한다. 창업에 앞서 석달간 공유주방 ‘위쿡’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의견이 브랜드, 인테리어와 메뉴 등에 녹아들었다.
외식업계에서 공유주방이 새로운 화두다. 공유주방은 외식사업자에게 주방 설비와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임대하는 서비스다. 일일이 발품을 팔아 따로 부동산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외식업자가 주로 찾는다. 외식·숙박업 창업자 5명 중 1명(18.9%)만이 5년간 생존하는 상황(통계청 2016년 발표 기준)에서 실패 위험을 줄이려는 예비창업자의 발길도 이 곳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창업에 앞서 푸드코트나 이커머스 등 공유주방 플랫폼을 통해 메뉴와 브랜드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핀다.
지난 3일 서울 사직동 사무실에서 국내 첫 민간 공유주방업체 ‘위쿡’을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의 회사 운영 철학은 ‘혼자 먹지 말자’로 요약된다. “나 홀로 창업하고, 혼자 이익을 독점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는 8년간의 증권사 근무 경험을 뒤로하고 2014년 무작정 도시락 배달전문점을 열었다가, 임차료 등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공유주방 개념을 떠올렸다. 김 대표는 “저성장 시대에 혼자 창업해 시장을 독점하는 사업 형태는 불가능하다”며 “뭉칠수록 좋아진다”고 했다.
공유주방 `위쿡'을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위쿡 사직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년여간 470여개 업체가 위쿡을 거쳐 갔다. 시간당 6000원~1만5000원을 내고 공동주방을 이용하거나, 월 임차료 220여만원(16㎡ 기준)을 내고 개별 주방을 쓴다. 임대·임차료 차이로 수익을 내는 형태지만 김 대표는 위쿡이 ‘부동산 임대업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주방을 대여해주기보다는 정보를 공유하고 엄격하게 사업성을 판단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준비 없는 창업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업성 점검을 거쳐 실제 창업한 입주업체는 10개 중 2개꼴이다”고 했다. 공유주방을 둘러싼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 앱 운영 업체들이 잇달아 지점을 냈고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트래버스 캘러닉이 클라우드키친 개점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위쿡은 강남과 노원 중심으로 지역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식료품(grocery) 형태 주방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외식업자 교육으로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롯데와 지에스(GS)리테일 등 유통·식품업체에서 유치한 투자금 200억원도 이렇게 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식자재 구매부터 물류, 마케팅까지 여러 비용을 낮춰 외식업계 기여하는 게 공유주방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