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협력사의 기술을 탈취할 경우 최대 3배까지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하도급법과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이어 상생협력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시하려는 시도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9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해 수탁기업이 손해를 입은 경우, 수탁기업에게 발생한 실손해액의 3배 이내로 위탁기업에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술자료의 부당한 사용·공개행위 금지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수탁기업이 주장하는 법 위반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기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생협력법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관련 정부 입법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임기종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대기업의 반발이 특히 거셌던 내용들에 대해서는 지난 국회 때 발의된 개정안과 차이를 뒀다.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이 주장하는 침해행위가 아닌 다른 행위를 했다고 증명하도록 해 지난 국회 안에 비해 위탁기업이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방식을 구체화했다. 가령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지 않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다고 소명하는 식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특허법의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를 차용했다. 대기업들이 “기술유용을 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냐”는 취지의 반발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권 의원 대표발의 안에 있던 ‘중소기업 간 수탁·위탁거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중기부 안에는 없다.
이동원 중기부 기술보호과장은 이번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해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법사위까지 올라간 뒤 폐기된 만큼, 이번에는 국회에서 쟁점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중기부가 업계 의견 등을 충분히 받아 쟁점을 먼저 정리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차원”이라며 “다른 법에서도 현재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 3배까지 물리는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3배로 정했고, 10배까지 늘리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검토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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