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반도체 실적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초 10만원을 넘어섰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7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올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증시가 재차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2일 이후 증권사 7곳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보다 내려 잡았다. 매출은 77조∼79조원대에서 74조∼77조원대로, 영업이익은 14조∼16조원대에서 14조원대로 낮췄다. 이는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이긴 하나, 직전 분기에 견줘서는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다음달 초 예정된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막판 하향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면서 증권사 목표주가에도 ‘7만전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목표주가는 통상적으로 12개월 뒤 주가에 대한 증권사의 예상치를 가리킨다. 7곳 중 6곳은 목표주가를 기존 8만3천∼10만원에서 7만5천∼8만9천원으로 낮췄다.
증권가에서는 수요 부진을 주된 우려 요인으로 꼽는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스마트폰과 컴퓨터(PC) 수요 둔화로 인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할 전망이다. 김동원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피시 수요 감소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하반기에 디램(DRAM)과 낸드(NAND) 가격의 약세 흐름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최근 견조했던 데이터센터 쪽 수요도 이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도현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의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오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등은 하반기 데이터센터 투자를 일부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 실적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22일 이후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낮춘 증권사는 모두 4곳이다. 특히 3∼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감소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현우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은 내년 초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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