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주가도 반등했다. 올해 1분기에 10년 만에 구독자 수가 줄어들며 촉발됐던 ‘넷플릭스 쇼크’가 다소 진정된 모양새다. 다만 반등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그림자가 드리운 탓이다.
넷플릭스는 19일(현지시각) 올해 2분기 매출이 79억7000만달러(약 10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억7800만달러로 14.6% 감소했다. 전세계 구독자 수는 2억2067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97만명 줄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지난 4월 예상했던 감소폭(200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에 넷플릭스 주가는 한때 시간외거래에서 당일 종가 대비 8% 넘게 급등했다.
지난 수개월간 ‘넷플릭스발’ 공포가 팽배했던 증시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지난 4월 시장은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10년 만에 처음 감소한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다. 당시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구독자 수가 직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으며, 2분기에는 200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최근까지 최대 50% 넘게 빠졌다. 시장에서는 이용자 수 증가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나 미디어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넷플릭스의 2분기 실적이 공포 심리를 누그러뜨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이번 반등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3분기 매출이 78억3800만달러, 영업이익이 12억55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8.5%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20%를 넘었던 영업이익률도 3분기에는 16.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소 어두운 전망인 셈이다.
문제는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 구독자 수가 2분기 대비 100만명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전망치를 추산했다. 넷플릭스는 “직전 분기에 매출 증가세가 둔화한 배경에는 커넥티드 텔레비전(TV), 계정 공유, 경쟁사의 영향과 더불어 경기 둔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 실적도 평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례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달러 강세도 변수다. 넷플릭스는 “자사는 최근의 유례없는 달러 가치 절상에 대한 노출도가 높다”고 했다. 매출의 약 60%가 미국 밖에서 발생하는 반면, 비용은 대부분 달러로 지출되는 탓에 달러 가치가 오를수록 수익성이 나빠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환율이 지난해 2분기와 같았다면 이번 2분기 매출은 3억3900만달러 더 많았을 것이라고 넷플릭스는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 통화 가치의 약세는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최근 들어 라틴 아메리카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도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3.5% 늘었는데, 환율 영향을 배제하면 증가율은 약 23%에 이른다고 넷플릭스는 밝혔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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