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이자 초대 회장 마윈.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알리바바가 뉴욕증시 퇴출 위기에 처하면서 투자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중국 규제를 피해 뉴욕증시에 우회 상장을 한 중국 기업들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들 기업이 법의 ‘회색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여부가 불투명한 탓이다. 주식시장이 미-중 갈등의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서학 개미’들에게도 불똥이 튄 모양새다.
2일 국내 주요 증권사 설명을 종합하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중국 기업의 주식은 홍콩이나 중국 본토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지난달 2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기업책임법(HFCAA)에 근거해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 4곳을 상장폐지 예비 목록에 추가한 바 있다. 회계감독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이들 기업의 향방은 불투명하다. 홍콩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알리바바는 나은 편이다. 알리바바는 뉴욕에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돼 있으며, 홍콩에는 2차 상장된 상태다. 알리바바와 달리 뉴욕에 단독 상장된 기업들은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정리매매를 거칠 공산이 크다. 중국 기업이 편입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상품도 ‘리밸런싱’(재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상장폐지 예비
목록에 올라와 있는 기업은 총 159곳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많다. 향후 홍콩이나 중국 본토 주식으로 전환해준다해도, 전환 조건이나 환율에 따라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의 경우 미국 주식이 홍콩이나 중국 본토 주식보다 저평가돼있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에서 제시하는 전환 비율이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고도 경고한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대부분 변동지분실체(VIE) 형태다. 중국에서 실제 사업을 하는 법인(변동지분실체)은 따로 있고, 미국에 상장된 법인은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구조다. 이 페이퍼 컴퍼니는 지분투자가 아닌 일종의 계약관계를 통해 중국 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다.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중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변동지분실체 구조가 합법인지에 대해 중국 정부가 판단을 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투자자들의 주식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6일 알리바바가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알리바바는 “만일 중국 정부가 변동지분실체 계약 관계가 외국인투자규제 위반이라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변동지분실체의 사업에 대한 권한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 첸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올해 1월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 정부는 언제든지 변동지분실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해줄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주식시장도 미-중 갈등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모두 장중 한때 3% 넘게 떨어졌다. 시장은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