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상장하는 쏘카가 결국 몸값을 1조원 밑으로 낮췄다. 가파른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적자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9일 쏘카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 물량은 364만주로, 공모가액은 주당 2만8천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금액은 총 1019억2천만원이다. 확정된 공모 금액은 쏘카가 계획했던 것보다 대폭 줄어든 규모다. 애초에 쏘카는 455만주를 신주로 모집할 계획이었다. 공모희망가액 3만4천∼4만5천원을 적용하면 최대 2047억5천만원 규모다. 여기서 공모 물량도 줄고 공모가도 낮아진 것이다. 그러면서 쏘카의 몸값도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확정 공모가를 적용한 쏘카의 기업가치는 9666억원에 그쳤다. 이는 시장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거론됐던 2조∼3조원은 물론, 올해 3월 롯데렌탈의 지분 투자 때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1조3천억원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는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4∼5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진행된 수요예측 경쟁률은 56대 1에 그쳤다. 수량 기준으로 74.5%는 공모희망가액 하단(3만4천원)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올해 들어 그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에스케이(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후속주자 컬리와 케이뱅크 등의 상황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쏘카처럼 영업활동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기 힘든 기업은 당분간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투자 심리가 위축됐을 것으로 보인다. 쏘카의 지난해 매출은 2849억원, 영업손실은 210억원이다.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을 하기는 했지만, 당분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우려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쏘카는 중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유 전기자전거, 주차장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 분야에 진출해왔다. 이런 모빌리티 플랫폼이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되기 쉬운 업종이라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만한 요인이다.
쏘카의 상장 후 주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쏘카는 상장이 예정된 주식 중 14.51%인 474만8218주는 상장 직후 유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요예측에 참여한 전체 기관투자자는 신청 물량의 0.2%만 15일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머지는 모두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한 물량이다.
쏘카는 오는 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91만주는 일반 청약을 받는다.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의 일반 청약 물량이 63만2500주에 이르며, 삼성증권은 26만8400주, 유안타증권은 9100주다. 개인 투자자는 10∼11일 이들 증권사 3곳에서 청약할 수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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