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조5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돌아온 ‘셀 코리아’ 바람이 최근 138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지 눈길이 쏠린다.
12일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 1~8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상장지수상품 포함)은 1조5533억원에 이른다. 6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 7월 매수 우위로 전환한 외국인이 이달에는 다시 매도 우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 7월과 8월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각각 1조9648억원과 4조14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은 내년까지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이달 들어 삼성전자(1조317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280억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105억원) 등은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매도세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은 원-달러 환율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이 투자를 회수해서 달러로 환전하면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탓이다. 최근 돌아온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도 달러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9일 미국 주식 1억8194만달러(약 2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5억7154만달러에 이르는 순매도 결제 금액을 기록했다가 다시금 매수 우위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다만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 1∼8일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약 1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7일과 8일에도 각각 1649억원어치와 272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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