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화 폭락 괜찮을까
방콕발 외환위기가 다시 오나?
타이가 외국 투기자본을 겨냥한 외환 규제책을 발표한 직후인 19일 밧화가 폭락하고 아시아 증시가 출렁거리자, 1997년 타이발 외환위기 재연 여부에 세계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국 10년 전과 다른 상황, 무역흑자·외환보유고 든든
타이중앙은행의 환투기 차단 대책의 핵심은 2만달러 이상의 외환 유입액의 30%를 무이자로 1년 동안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여파로 타이 주식이 15% 가까이 대폭락하자, 중앙은행은 주식 투자금액은 예외로 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에 따라 20일 타이 증시의 SET지수는 691.55로 11%나 치솟았다. 밧화도 전날 달러당 36.08에서 35.68로 1.1% 올랐다.
쿠데타 이후 자본 유입 급증=타이가 초강수를 둔 것은 올 들어 환율이 지나치게 평가절상돼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18일까지 무려 17%가 절상됐다. 한국과 싱가포르 등 주변국의 두배를 넘는다. 9월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경제적 안정이 회복되리라는 심리가 퍼지면서, 외국 주식투자 자본이 급격히 밀려들어왔기 때문이다. 8월까지 적자였던 무역수지가 9월 이후 흑자로 돌아선 점, 이자율이 주변국에 비해 높은 점도 외화 유입을 재촉했다. 이 때문에 쿠데타 이후에만 밧화가 6.6% 절상됐다.
“10년 전과는 상황 많이 달라”=경제 전문가들은 97년 외환위기 때와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여건이 크게 다른 점을 들어 ‘방콕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10년 전 아시아 각국은 떨어지는 자국 통화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현 상황은 반대다. <블룸버그> 통신을 보면, 아시아 국가의 올 한해 무역과 자본수지 흑자는 지금까지 1846억달러에 이른다. 379억달러 적자였던 1996년과는 판이하다.
일본을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의 외환 보유고는 1997년에 비해 거의 두배 가까운 2조2300억달러로 불어났다. 투기자본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10년 전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8.1%였으나 올해는 3.8% 정도인 점도 차이다.
“무역적자 심화 땐 위험”=국제 자본시장의 관심이 순식간에 아시아로 쏠리자 19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당국은 외환 규제 조처를 추가로 취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1998년 말레이시아의 자본 통제 이후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린 점을 들어 이번 사태가 타이 증시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아시아 지역의 탄탄한 성장 전망 때문에 이 지역이 투기자본의 주요한 공략 목표가 되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중 현재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 투자자본으로 메우고 있는 인도가 자본 유출에 특히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조용승 한국은행 국제동향팀장도 “타이는 실물과 거시 경제가 좋아 큰 문제가 없지만, 인도처럼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라면 자본 유출 때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무역적자 심화 땐 위험”=국제 자본시장의 관심이 순식간에 아시아로 쏠리자 19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당국은 외환 규제 조처를 추가로 취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1998년 말레이시아의 자본 통제 이후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린 점을 들어 이번 사태가 타이 증시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아시아 지역의 탄탄한 성장 전망 때문에 이 지역이 투기자본의 주요한 공략 목표가 되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중 현재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 투자자본으로 메우고 있는 인도가 자본 유출에 특히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조용승 한국은행 국제동향팀장도 “타이는 실물과 거시 경제가 좋아 큰 문제가 없지만, 인도처럼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라면 자본 유출 때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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