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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엔캐리’의 두얼굴

등록 2007-03-06 21:18수정 2007-03-07 00:36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서서히 청산땐 우리경제 ‘약’
급격히 빠지면 수출·내수 ‘독’
“엔-달러 일주일새 3.6% 절상…급속화 조짐 아직 없어”

최근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킨 주범 중 하나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급격한 청산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제3국의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1500억(142조원)~1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엔 캐리 자금 일부가 지난달 27일 ‘중국 충격’ 이후 청산을 시작한 것으로 본다. 엔화가 일주일 새 달러 대비 3.6% 절상되고, 특히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고금리 국가들의 통화와 대비해서는 5~7%나 절상된 것이 그런 추정의 근거다. 이들 나라는 정책금리가 6~7%에 이르러 엔 캐리 자금이 많이 몰린 곳이다. 예컨대 뉴질랜드 채권에 투자했던 일본 투자자가 이 채권을 팔고 엔화로 환전하면 뉴질랜드 통화는 절하되지만 엔화는 절상되는 효과가 생긴다.

엔 캐리 자금은 글로벌 유동성의 주요 공급원으로 자산 가격의 거품 형성에 일조한데다 엔화가 저평가되도록 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킨 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와 아시아 국가들의 대규모 경상흑자로 대표되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해소되려면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엔화가 강세를 보여야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를 반대 방향으로 가도록 했다. 엔화가 제3국으로 빠져나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에 약세 요인이다.

이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허경욱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엔 캐리 자금이 불어나면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더 커지게 돼, 엔 캐리 청산은 리스크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속도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점진적이라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이는 국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역연구소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들의 경우 원-엔 환율이 850원 이상은 돼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중소 금형업체인 정우정밀의 구인모 사장은 “지난해 원-엔 환율이 800원 밑으로 하락하면서 업체들이 경쟁력을 많이 잃었다”며 “최근 환율 움직임에 업계가 많이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그렇게 질서있게 움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임지원 제이피모건 상무는 “급격한 청산이 이뤄질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며 “이는 세계 경기에 악영향을 끼쳐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 침체시킬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진행 과정은 급격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1998년의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엔화 가치가 사흘 만에 13%나 상승한 바 있다.

앞으로 관건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 여부다. 미-일의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 그만큼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할 유인이 작아진다. 임지원 상무는 “앞으로 2주 정도는 변동성이 크겠지만 그 이후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정도로 미국의 경기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현 임주환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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