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책임투자펀드
일반펀드와 유사…‘노동’ 기준 내세우며 무노조 삼성 투자
사회책임투자(SRI)를 표방한 펀드가 일반 펀드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종목이 무차별적인데다 분석 기준이 불명확하고 투자와 운용에 대한 정보 공개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겨레〉와 경제개혁연대가 국내 6개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조사한 결과, 명목상으로는 환경·기업지배구조·노동 등을 기준으로 투자 기업을 선정한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명확한 세부 기준 없이 일반 펀드와 종목 구성이 유사했다. 또 선진국의 사회책임투자펀드가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배제 기준’을 거의 채택하고 있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투자와 운용에 대한 정보 공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사 대상 펀드는 ‘행복나눔SRI’(대신투신) ‘뉴아너스SRI’(농협CA투신) ‘탑스아름다운SRI’(SH자산운용) ‘SRI좋은세상만들기’(산은자산운용)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알리안츠) ‘프런티어지속가능한기업’(우리CS자산운용)이다.
투자설명서에 제시된 투자 기준은 대부분 △환경경영 △지속 성장 △기업지배구조 △사회적 책임 등의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세부 기준에 대해선 전혀 설명이 돼 있지 않았다.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신과 알리안츠를 제외한 나머지 설문에 응한 운용사들은 △환경 △인권 △노동 △부패 △기업지배구조 등이 세부 기준이라고 답했으나, 이 또한 구체적이지 못했다.
투자 기준의 모호함은 바로 포트폴리오의 무차별성으로 이어졌다. 6개 사회책임펀드의 상위 5개 보유 종목은 △삼성전자(6개) △하이닉스(6개) △국민은행(3개) △포스코(3개) 등이었다. 사회책임펀드간의 투자 종목이 유사할 뿐 아니라 일반 펀드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아너스SRI’ ‘탑스아름다운SRI’ ‘SRI좋은세상만들기’ 등 3개 펀드는 노동과 관련된 투자 기준을 채택하고도, ‘무노조 방침’을 택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투자했다.
최한수 경제개현연대 팀장은 “사회책임투자펀드를 표방한다고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초기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사회책임투자에 어울리는 종목을 선정하는지, 종목 발굴 능력은 있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사회책임투자펀드에 대한 관심은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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