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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금감원 우롱한 ‘다단계식’ 주가조작 세력

등록 2007-04-19 21:12

루보 주가 추이와 감독당국 대응
루보 주가 추이와 감독당국 대응
3~4 종목 건드린 뒤 계좌 폐쇄 ‘신종수법’ 동원…감독당국 ‘속수무책’
최근 1500억원대 ‘다단계식’ 주가 조작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금융감독 당국이 작전세력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19일 주가 조작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내용의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그러나 ‘거래소-금감원-검찰’로 나뉘어진 주가 적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작전세력이 이용한 코스닥기업 루보의 주가가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이 회사의 주가는 1100원대였다. 검찰과 금감원이 이 회사의 주가조작 수사 착수를 발표한 지난 16일, 이 회사의 주가는 5만1400원으로 6개월 동안 무려 40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그동안 금융감독 당국은 이 회사에 대해 단 한차례도 ‘이상 급등 종목’ 지정을 하지 않았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주가 급등 이유를 밝히라고 세 차례나 조회 공시를 요구했으나, 이 회사는 ‘이유 없다’는 답변만 했다. 거래소는 더는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주가 이상 변동은 거래소에서 자동 시스템에 우선 감지된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설치된 실시간 주가감시 시스템에 적발되면 거래소 내 심리부로 곧바로 이첩된다. 하지만 심리부에서 루보를 ‘이상 급등 종목’으로 지정하려고 하면 상승 행진을 곧바로 멈췄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조용히 올랐다. 이런 과정이 여러차례 반복됐다. 현행 규정상 5일간 75% 이상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만 이상 급등 종목에 지정할 수 있다. 작전세력의 철저한 주가 관리에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노병수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팀장은 “지난해 10월 말께 루보 등 일부 종목에서 갑자기 대량 거래가 일어나 실시간 시장 감시 시스템에 포착됐지만, 수사권이 없다 보니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본격적 감리 작업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거래소 쪽은 수백개가 넘는 계좌가 루보 등 3~4개 종목을 왔다갔다한 뒤 계좌를 곧바로 폐쇄해 버리는 ‘신종 기법’의 진원지를 찾지 못하다, 지난 3월 초 이런 계좌 수가 1천여개까지 치솟자 이른바 ‘피라미드식 주가조작 사건’으로 확신하기에 이른다. 곧바로 금감원에 사건 일체를 넘겼지만, 이때까지 걸린 기간이 무려 넉 달을 넘었다. 시장감시위가 혐의를 파악하는 동안에도 이들 종목에서는 끊임없이 피라미드식 주가 조작이 이뤄졌다. 결국 뒤늦게 이 종목을 산 개미투자자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자금책과 주가 조작 기술자, 다단계 네트워크 전문가 등이 공모해 통정 매매를 한 경우”라며 “시장에서 새로 발견된 수법인데다 다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판단돼, 증선위원장의 긴급조치 발동으로 일주일 만에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19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증권사와 상호저축은행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앞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시세조정 혐의 종목에 대해서는 검찰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 조사기간 단축 등 신속히 대응하고, 이상 급등 종목 지정 요건을 ‘지속적인 주가 상승’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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