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의 여파로 외환시장도 요동을 친 16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각종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현장] 검은 목요일-사상 최대 주가 폭락
16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빌딩 지하 1층 굿모닝신한증권 태평로지점.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은 몇몇 회사원들이 어이없다는 듯 앉아 있었다.
대기업 간부로 일하는 최아무개(49)씨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서브프라임인지 뭔지 때문에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도 많이 하고 영업이익도 좋은데, 뉴욕 증시가 기침을 하니까 한국 증시는 독감에 걸리려 한다”며 객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700대마저 무너진 1691.98로 마감했다. 장 마감 뒤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은 933조원으로, 하루 만에 73조원 가량 줄었다. 지난달 25일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했을 때인 시가총액 1103조원과 견주면 보름 새 171조원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날 개인들은 7천억원어치(순매도 기준)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2004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메리츠증권 압구정지점에는 평소보다 손님들의 문의 전화가 갑절 가까이 많았다. 대부분이 매도 타이밍을 물었다. 고원종 하나대투증권 대치역지점 팀장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를 물어보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황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상투를 잡은 개미들은 원금조차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허탈감을 숨기지 못했다. 회사원 김아무개(37)씨는 “코스피가 2000까지 올라갔다 이달 초 다소 조정됐을 때 만기를 두 달 남긴 예금 2천만원을 깨 주식에 투자했는데 1주일 만에 600만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특히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한 사람들은 원금을 까먹는 것은 물론 이자까지 물어내야 할 판이라 패닉에 가까운 상태를 보였다. 7천만원 정도를 주식에 투자한다는 회사원 조아무개(47)씨는 “지난 6월 은행과 증권사에서 5천만원을 빌려 주식을 샀는데, 이번 폭락으로 대출받은 돈을 갚기는커녕 이자조차 내기 힘들 지경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처럼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신용융자 거래는 지난해 말 5천억원 수준이었으나 1일 현재 10배 늘어난 5조원대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준 뒤 담보로 확보한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에 나서는데, 이런 반대매매가 본격화하면 주가가 또 한번 출렁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또 주식을 팔아도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계좌’가 대거 발생할 우려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개인들의 투매현상이 아직 펀드 환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채석환 대우증권 이촌지점 차장은 “손절매를 해야 할지 아니면 소나기는 피하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지를 묻는 고객들은 많았지만 펀드 환매를 문의하는 고객은 없었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이달 1일 76조원선이었다가 계속 꾸준히 늘어나 지난 10일 현재 78조원을 기록했다.
개미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에 끝날지 또는 오래갈지에 가장 큰 관심을 나타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경우 그해 11월21일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100나 이상 빠진 506.07까지 떨어진 뒤, 이듬해인 1998년 6월16일 장중 277.37까지 하락하고서야 비로소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여파가 반년이 넘게 지속된 셈이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당시는 바로 다음날인 12일 코스피가 12.02% 하락해 475.60으로 떨어졌지만, 같은 달 28일 장중 463.54로 단기 저점을 찍은 뒤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투매에 나서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시장 외부의 악재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끝났고 지수는 곧바로 회복됐다”며 “투자자들에겐 지금이 고통스럽겠지만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 지켜본 뒤 결정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혁준 윤은숙 기자 june@hani.co.kr
개미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에 끝날지 또는 오래갈지에 가장 큰 관심을 나타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경우 그해 11월21일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100나 이상 빠진 506.07까지 떨어진 뒤, 이듬해인 1998년 6월16일 장중 277.37까지 하락하고서야 비로소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여파가 반년이 넘게 지속된 셈이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당시는 바로 다음날인 12일 코스피가 12.02% 하락해 475.60으로 떨어졌지만, 같은 달 28일 장중 463.54로 단기 저점을 찍은 뒤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투매에 나서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시장 외부의 악재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끝났고 지수는 곧바로 회복됐다”며 “투자자들에겐 지금이 고통스럽겠지만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 지켜본 뒤 결정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혁준 윤은숙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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