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및 외국인 순매수 추이
9월 최고점 견줘 한달새 5.2% 하락…외국인 순매수도 약해져
“이미 꼭지점 찍어” “남은 기간 1800선 충분히 가능” 의견 갈려
“이미 꼭지점 찍어” “남은 기간 1800선 충분히 가능” 의견 갈려
‘올해 꼭지점은 이미 찍었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타고 빠르게 오르던 국내 증시 오름세가 10월 들어 이렇다할 뒷심을 발휘하자 못하자,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주가 약세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3.53(1.42%) 떨어진 1630.33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9월22일 1718.88까지 솟구친 뒤 10월초에는 1598까지 내려앉았고, 이후 어렵사리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1620~1660 사이에 갇혀 좀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의 맥빠진 움직임은 다른 나라 증시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는 2.6% 하락한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1일 기준)은 각각 9.8%, 2.4% 상승했다. 9월 최고점에 견줘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은 5.2%나 된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추가적인 상승 탄력을 잃어버린 주된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 이후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전분기보다 경제성장세가 둔화돼 성장세가 약화되고, 상반기와는 달리 재정정책 효과도 줄어드는데다 기업 실적도 3분기에 정점에 이르렀다”며 “올해 주가는 지난달에 이미 꼭지점을 찍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어느새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도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변수다. 지난 2003년 이후 서부텍사스유 가격과 코스피의 흐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2007년 8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 이르기 전까지는 유가도 오르고 코스피도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시점부터는 국내 증시가 더 이상 오름세를 타지 못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도 배럴당 80달러는 우리 증시에 큰 부담이 됐다”며 “경기선행지수가 10월에 고점을 기록하고 11월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순환적인 경기회복을 반영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목표치는 전년 동월 대비 최대 50~60% 높은 수준인데, 주가 1600선대가 바로 그 영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동안 국내 주식을 먹성좋게 사들이던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7월 5조9395억원, 8월 3조9796억원, 9월 4조879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10월 들어 22일까지 순매수액은 1조5000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에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가 5개월 만에 감소한 것이 시사점을 준다”며 “11월에도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물론, 앞으로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나라밖 경제사정이 애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는 게 주된 논거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의 이익 개선이 진행 중이고 과거에도 4분기 이익 모멘텀이 약해진 데는 계절적 효과가 있었다”며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여 올해 남은 기간 1800선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의 이익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는 데 반해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져 지수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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