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료깎기 경쟁…57곳 순익 1년새 75% ↓
국내 증권업계가 ‘붉은 바다(레드 오션)’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이런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수요기반에 비해 업체수가 너무 많아 출혈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57개 증권사의 2004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 순이익이 3149억원으로, 전년도 1조2476억원에 견줘 74.8%(9327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익 감소폭은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증권사 국내 지점들보다 훨씬 컸다. 15개 외국증권사 국내 지점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2682억원으로 전년 실적(2722억원)에서 소폭 줄어든 반면에, 42개 국내 증권사(외국계자본이 대주주인 7개 증권사, 외국 증권사의 4개 한국법인 포함)의 당기순이익은 다 합쳐서 전년도 9754억원의 20분의1 수준인 46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한투자증권과 동양오리온투자신탁이 각각 3495억원, 1159억원씩 자산담보부증권(CBO) 후순위채 손실을 반영한 탓이 컸지만 이를 감안해도 국내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금감원은 수수료 수입에 편중된 수익구조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수료율의 하락을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증권사 주수익원인 주식매매 수수료율은 지난 2000년 평균 0.21%에서 지난해 0.16%로, 수익증권 취급수수료율은 1.27%에서 0.38%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전체 증권사의 평균 영업수지율이 2002년 이후 100%를 밑돌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04 회계연도에는 86%에 머물렀다. 즉 매매 중계에 따른 수수료 수입으로 판매 관리비와 수수료 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형적인 수익구조는 국내 증권사들이 더 심했다. 15개 외국 증권사 한국 지점들은 정상적인 수수료를 받아 수수료 수입이 판매관리비보다 4천억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직원 1인당 순이익은 3억1331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평균 161만원보다 195배나 많았다.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베끼기 영업형태와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전형적인 ‘레드 오션’ 시장형태에 빠져 있다”면서 “수익구조 다변화와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증권회사에는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장기적립형 금융상품을 증권사들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베끼기 영업형태와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전형적인 ‘레드 오션’ 시장형태에 빠져 있다”면서 “수익구조 다변화와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증권회사에는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장기적립형 금융상품을 증권사들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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